<기자수첩>전자상가의 여름나기

 용산 전자상가가 전형적인 비수기로 접어들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같은 여름철 계절상품을 파는 일부 가전매장을 제외하고는 한산하다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줄어든 것은 물론 1인당 구입금액인 객단가도 감소했다.

 전국의 모든 전자상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용산 전자상가는 전국 중소상가에 도매로 물건을 공급해주는 기지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른 어느 상가보다 심각성이 더하다.

 용산 전자상가의 경기는 그동안 일정한 패턴이 있었다. 졸업·입학 시즌과 겨울방학 때는 컴퓨터 상가가 다소 붐비고 결혼시즌인 봄·가을에는 가전상가가 활기를 띤다. 여름은 들로 산으로 여행을 떠나는 철이어서 컴퓨터상가나 가전상가나 매출확대를 기대하기 어렵다. 여름철은 언제나 그렇듯 비수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상인들은 이처럼 매년 반복되는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비수기니까’라며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여름 몇 달만 버티면 된다’는 식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불황을 타개하려는 모습은 상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가전상가는 그나마 전자랜드 같은 대형상가가 세일이다 이벤트다 해서 나름대로 고객 끌어들이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컴퓨터상가는 주도적으로 나서는 곳이 없다. 상인 스스로도 모래알처럼 뭉치기 힘들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렇듯 상인들은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등한시한 채 외부요인을 탓하기 바쁘다. 지금의 불황은 불경기 탓도 있지만 인터넷의 가격비교 사이트나 쇼핑몰의 저가경쟁으로 마진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매출이 줄어든 것은 차치하고 마진이 줄어든 게 문제라는 시각이다.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시장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용산 전자상가에는 이제 현실로 다가왔다. 상인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한숨섞인 자조로 또는 며칠간의 휴가로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기대하기보다는 상가를 활성화시키고 판매를 확대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생활전자부·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