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전 세계 통신장비 업계를 휘몰아치고 있는 불황의 골이 올 하반기에 더욱 깊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로이터통신(http://www.reuters.com)은 퍼스트유니온증권이 내놓은 보고서를 인용, 11일(현지시각)부터 2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모토로라, 노키아, 에릭슨 등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들의 실적이 대부분 기대치에 못 미칠 뿐만 아니라 올 하반기에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11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모토로라는 2분기에 무려 7억5900만 달러, 주당 0.11달러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했다. 매출도 1년 전보다 19%나 감소한 75억달러로 당초 분석가들이 전망했던 79억달러를 밑돌았다.
세계 최대 광케이블 업체인 미국 코닝은 통신업계 불황이 앞으로 1년∼1년 반 동안 더 계속될 것이라고 9일 경고했다. 또 영국의 통신장비 업체 마르코니도 최근 잇따른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올해 안에 회사경영이 호전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노키아와 에릭슨, 모토로라 등도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입장은 비슷하다.
이들 장비업체의 어려움은 최대 고객인 미국과 유럽 통신 서비스 회사들 대부분이 실적부진으로 최근 투자를 동결하고 있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 통신서비스 업체들은 최근 전반적인 경제불황 때문에, 또 유럽 업체들은 지난해 3세대(G) 사업권 경매에서 무려 1200억달러에 달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새로운 시설투자를 감당할 여력이 없는 실정이다.
메를린치증권(http://www.ml.com)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이동통신장비 시장은 올해 약 6% 성장하고 내년에 약 10%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호황일 때 성장률 25%의 4분의 1∼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해처럼 자금사정이 좋으면 통신장비업체가 서비스 업체에 관련 장비를 외상으로 판매하는 이른바 ‘벤더 파이낸싱(vender financing·공급자 금융제공)’을 통해 매출을 늘릴 수도 있겠지만 이제는 통신장비 업체들의 돈줄도 극심한 불황을 겪으면서 거의 말라붙었다.
지금까지 노키아가 통신서비스 업체들에 벤더 파이낸싱 형식으로 각종 통신 장비를 판매하고 받지 못한 돈이 약 60억달러(약 7조8000억원)까지 불어났고 에릭슨의 외상 매출금도 20억∼30억달러에 달해 이들의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퍼스트유니온증권의 분석가 마크 로버트는 “통신장비 업체들은 내년부터 본격 투자가 이루어질 3세대(G)와 기존 시스템을 확장하는 이른바 GPRS 등 2.5세대 장비판매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며 그러나 “당초 올해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이들 시장도 아직까지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