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어린이 컴퓨터교육

◆문우춘 솔빛미디어사장 ucmoon@solvit.co.kr

 

 올해부터 ‘컴퓨터 교육’이 초등학교 정식과목으로 채택돼 매주 1시간 이상 진행되고 있다. 또한 정보소양인증제가 내년 입시부터 적용됨에 따라 초중고생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자녀들의 학업을 위해 컴퓨터 배우기에 한창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조사에서도 초등학생이 있는 가구의 95.1%가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초등학생의 42.2%가 인터넷을 매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99년도까지 5.5명당 한대 꼴이던 컴퓨터가 지난해 말에는 4.2명당 한대 꼴로 늘어나 국내에 보급된 컴퓨터가 11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초등학교 컴퓨터 의무교육은 우선 올해 1, 2학년을 대상으로 연간 34시간 실시되며 단계적으로 내년에는 3, 4학년, 그리고 2003년에는 5, 6 학년을 포함한 전학년을 대상으로 실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어린이 컴퓨터 교육은 공교육이 차지하는 부분보다는 사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 동안 공교육의 경우 특별 활동시간에 학교장 재량 아래 수업이 진행되는 정도였으며 대부분이 사교육으로 교내에서는 ‘방과후 컴퓨터 교실’(97년 2월부터 교육부의 정책에 따라, 민간 컴퓨터 교육 업체들이 각급 학교에 컴퓨터를 설치 보급하고 교사 대신 전임 강사가 학생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시스템)을 통해 진행되었고 교외에서는 컴퓨터 학원이나 가정 방문 강사를 통한 교육이 큰 축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린이 컴퓨터 교육이 효과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올해 시작된 컴퓨터 공교육(의무교육)과 기존의 사교육이 적절히 융화되고 지원하는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컴퓨터 공교육의 진행과 확대 과정에서 몇 가지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그 첫번째로 전문교사의 부족을 들 수 있다.

 컴퓨터의 보급이 늘면서 인터넷과 정보의 혁명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속히 자리잡아가는 데 비해, 이를 함께 호흡하고 소화해 어린이가 정보화 시대를 앞장서 나아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할 전문교육 인력을 충분히 배출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약 8만5000명의 교사에 대한 정보화 교육 연수가 시행됐지만 일선학교에서는 상당 수준의 컴퓨터 실력을 갖추고 있는 어린이들도 적지 않아 이들을 지도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각 학교마다 컴퓨터를 전담할 수 있는 교사가 1∼2명에 불과한 현실에서 초등학교 컴퓨터 의무교육의 심도있고 적합한 수업을 기대하기는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 단기적으로는 민간업체의 자질과 경험을 갖춘 컴퓨터 강사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며 장기적으로 새로운 정보화 교육인력의 지속적인 양산 및 확보와 함께 기존 교사들에 대한 인센티브제를 동반한 심화된 연수교육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그 다음 문제로는 교육 커리큘럼과 콘텐츠다.

 우선 학년별 컴퓨터 교육 프로그램은 큰 차이가 없고 구별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초등학교에서 배운 ‘워드프로세스’나 ‘엑셀’을 중학교에서 다시 배우는 경우도 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10년간의 주요 교육 프로그램을 정하고 이를 5단계로 나눠 실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각급 학교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 더해 교육 방식도 대부분이 정해진 교육과정에 근거한 주입식 교육의 형태를 차용하고 있어 정보화 교육에 무엇보다 필요한 어린이 개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토대로 한 학습의 효과를 제대로 살려나가지 못하고 있다. 또 수업의 주요 내용을 차지하는 ‘컴퓨터의 기초 작동법과 운용체계’ ‘워드프로세서 작성’ ‘컴퓨터 바이러스의 이해’ ‘인터넷 접속방법’ ‘프리젠테이션 활용’ 등의 90년대식 콘텐츠에 따른 단순 기술적인 능력 배양만으로는 전 세계가 네트워크화된 정보화 시대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

 각종 게임 및 놀이 등을 통해 어린이가 컴퓨터와 동화되어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익히고 오락성과 교육성을 겸비한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 및 응용할 수 있게 하는 등 한 차원 높은 형태의 교육방식이 도입되어야만 정보화 시대가 요구하는 21세기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끝말잇기와 숨은 그림을 찾으며 창의력을 기르고 과학의 원리를 실생활에 접목시켜 실용력을 향상시키는 한편 애니메이션 퀴즈를 통해 수학을 익히거나 퍼즐 게임을 통해 집중력을 키우는 등 에듀테인먼트 교육 방법을 적용한 다양한 콘텐츠가 현재 민간 교육업체들에 의해 개발되어 있다.

 공교육 부문에서도 이제 이러한 콘텐츠를 도입하거나 개발하는 동시에 교육의 전달방법을 전환하여 어린이들이 흥미와 동기를 느끼며 학습할 수 있는 미래 지향적이고 입체적인 수업을 펼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새로운 분야인 컴퓨터 교육은 교사의 양성문제 그리고 콘텐츠 개발 등을 고려할 때 민간의 참여가 확대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하루빨리 정부와 민간교육 기업의 역할 분담이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정부와 민간교육기업의 협력 체제를 지양하는 교육부문의 세계적인 추세와도 부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