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PC업계, 액정일체형 `애물단지` 전락

최근 일본에서는 PC 제조업체들이 여름 보너스로 가계에 다소 여유가 생긴 일반 가정의 소비를 이끌어내기 위해 매력적인 신제품을 일제히 내놓고 있다. 광대역(브로드밴드) 통신을 강조한 신제품, 다른 한편의 LCD 모니터와 본체를 통합한 액정일체형 데스크톱 등 산뜻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불러들이고 있다.

 17인치형 TFT LCD를 탑재한 후지쯔의 ‘FMV 데스크파워 K7’이나 웹 열람에 사용하는 리모컨을 갖춘 NEC의 ‘VALUESTAR’ 등 제품마다 특징도 다양하다.

 액정일체형 데스크톱은 우선 그 외형에서 이점을 찾을 수 있다. 설치 면적이 작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본체와 디스플레이스를 연결하는 케이블이 없기 때문에 집안 어디에든 깔끔하게 정돈해 놓을 수 있다. 게다가 디자인(성)이 개성적이고 돋보여 실내 공간을 장식하는 한 소품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정도다.

 이런 장점으로 특히 여성이나 어린이들이 선호하는 일부 제품의 경우 판매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액정일체형의 판매가 부진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NEC와 샤프 등 주요 업체들은 후속 기종 계획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액정일체형의 부진은 다른 데스크톱 제품보다 비싼 가격이 주된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 제품은 형상에 맞춰 주기판과 외관을 자체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제조 비용이 높다. 또 아주 작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노트북용 CPU나 기록장치를 탑재할 수밖에 없다.

 상품의 성격이 애매한 점도 일반 수요를 대거 이끌어내지 못하는 이유다. 사실 액정일체형은 노트북과 외형이 유사하지만 손쉽게 가지고 다닐 수 없고, 다른 데스크톱 제품과 비교하면 가격에 비해 성능이 뒤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노트북과 데스크톱 양 제품 사이에 끼여서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액정일체형이라는 외형적 특성으로 인해 갖게 되는 성능상의 한계도 있다. 특히 데스크톱용 CPU의 발열량 증대가 문제다. 펜티엄4나 애슬론 등 신형 CPU들은 작동주파수 증대로 발열량이 날로 급증하고 있는데, 외형이 작은 액정일체형으로서는 신형 CPU를 탑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NEC 등 업체들도 가격, 상품의 애매성 등을 액정일체형 데스크톱의 장애 요인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들 문제 해결에 고심하고 있다. 공간의 유효 활용과 참신한 디자인이 매력인 액정일체형이 침체된 PC 시장에서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