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시작된 정보기술(IT) 불황이 그동안 세계적인 IT 생산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한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대만 IT관련 산업이 사상 최악의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의 영자신문 차이나데일리(http://www.chinadaily.com) 등 외신들은 90년대 후반 매년 20∼40%씩 성장해오던 대만 IT산업이 최근 거의 전 부문이 타격을 입어 해고와 감산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대만은 잘못하면 올해 성장률이 지난 7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고 최근 잇따라 보고했다.
이에 따르면 한때 대만 수출의 약 50%를 차지하던 IT부문 수출이 올 상반기 작년동기 대비 10% 이상 감소한 약 290억달러에 그쳤다. 전체 수출도 이미 크게 줄어 지난 2분기 실적이 작년동기 대비 17% 하락한 313억10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상반기 실적 역시 10.8% 감소한 632억2000만달러에 불과했다.
반관영 단체인 산업기술연구소(ITRI)는 지난 15일 반도체 부문이 가장 크게 타격을 받아 올해 생산이 12% 떨어진 176억2000만달러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는 200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연구소의 반도체부문 앨프리드 왕 책임연구원은 “지난 몇년간 연평균 20∼30% 성장을 기록하다가 처음으로 하락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생산업체에도 타격이 가시화되자 대만의 주요 메이커인 유나이티드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가 지난 주말 인력의 2.8%인 266명을 해고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대만이 세계 최대 공급처인 주기판과 퍼스컴 부문도 타격이 커 주기판의 경우 지난해 56억7000만달러에 달했던 생산이 올해 10%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이 부문도 지난 몇년간은 연평균 20% 가량 성장해왔다.
미국의 시장조사회사 IDC는 당초 지난해에 비해 10.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던 전세계 퍼스컴 판매가 올해 5.8% 증가한 1억3890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여 작년에 비해 6.3% 줄어든 4530만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됐다.
반관영 단체인 정보산업연구소(III)는 이에 따라 대만의 데스크톱 및 노트북 생산도 작년에 비해 올해 최소한 10%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만의 지난해 데스크톱 및 노트북 생산은 각각 78억달러와 135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이 부문도 지난 몇 년간 연평균 20∼30%씩 성장해왔다.
이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해고도 잇따라 대표적인 컴퓨터 메이커인 에이서가 외국인 500명을 포함해 대만내에서만 800명 이상을 해고했다. 에이서는 말레이시아 공장에서도 지난달 700명을 감원했다. 또 유럽과 미국에서도 1500명을 해고한 데 이어 모두 17개 라인을 가동 중단시켰다. 대만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신추과학산업단지에서도 올 상반기에만 5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IT부문의 저조는 대만 경제성장 자체에도 큰 영향을 미쳐 올 1분기 성장률이 지난 26년 사이 가장 낮은 1.06%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4분기의 4.08%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 실적이다. ITRI의 왕 연구원은 “대만이 세계 경제와 더불어 연말께 회복세로 돌아설지 모른다”면서 그러나 “내년 상반기나 돼야 상승세가 본격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