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추락하는 도메인 인기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까지 인식돼왔던 도메인의 인기가 최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좋은 도메인을 선점,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나 기관, 혹은 개인에게 매각해 목돈을 쥘 수 있다 해서 현대판 ‘봉이 김선달’로 간주돼온 도메인 선점 경쟁이 올들어 급격히 시들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국가도메인인 ‘닷케이아르(.kr)’ 등록건 수가 지난해말 정점에 오른 뒤 올들어 지속적으로 줄어 들고 있으며, ‘닷컴(.com)’과 ‘닷넷(.net)’에 이어 새로운 최상위 도메인으로 등장한 ‘닷비즈(.biz)’의 인기도 아직까지는 부진하다. 인터넷붐이 절정에 달하던 때의 도메인 열풍은 온데 간데 없어진 것이다.

 일확천금을 꿈꾸며 도메인 잡기에 혈안이 돼있던 개인들은 수만원대의 연간 유지비가 아까워 재등록을 포기하고 있다고 한다. 기업들도 앞으로 전개될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라기보다는 불요불급한 비용으로 간주, 보유 도메인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곳이 적지 않다.  

 일견 이같은 현상은 닷컴·닷넷·닷케이아르 등 주요 도메인의 등록이 포화상태에 이를 정도로 급증, ‘더 이상 돈이 될 만한 도메인을 찾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도메인 선등록자보다는 기존 유명 상표권자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국제적인 추세와도 무관치 않다.

 그러나 도메인 인기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세간의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막연한’ 회의감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더 설득력이 있는 듯하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비즈니스가 수익모델을 창출하기 어려우며, 이는 이미 세계 증권시장에서 닷컴주가 폭락으로 어느 정도 입증이 됐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터넷을 활용한 e비즈니스가 앞으로 세계 경제의 대세로 부상한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비즈니스가 계속되는 한 도메인 시장은 끝없이 성장할 것이며 ‘기회의 땅’으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e비즈니스의 첫 단계가 바로 도메인을 확보하는데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도메인은 인터넷산업의 지표다. 세계적으로도 도메인등록수와 인터넷산업의 발전속도는 일맥상통하는 게 정설이다. 인터넷 강국으로 분류되는 우리나라가 도메인 등록면에서도 세계 5위로 올라선 것이 이를 반증한다. 추락하고 있는 도메인의 인기도를 단순히 간과해선 안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터넷부·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