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B2B 탈락 협회`의 진로

 중소기업청이 최근 중소기업간 B2B 사업을 위해 한국소방기구공업협동조합 등 3개 조합을 B2B구축 시범사업자로 선정했다. B2B구축 시범사업을 본격화한 3개 조합에 축하의 인사를 보내면서도 이번 선정작업에서 탈락한 나머지 12개 조합의 향후 행보를 주목하고 싶다.

 분명 ‘이제 다 끝났으니 내년 선정 작업이나 기다려 보자’는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협회가 있는가 하면 스스로의 힘으로 일단 조금씩이나마 관련 사업을 추진하는 협회도 있을 것이다.

 후자가 더 많았으면 기대하는 것은 전통산업,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이 몰려 있는 이들 업종의 e트랜스포메이션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그동안 정보화 수준이 뒤떨어졌다고 평가받던 협회들이 스스로 나서 준비했던 사업들이라 이대로 사장시키기에는 너무나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그간 국내 협회들이 보여온 정보화 수준을 보면 더더욱 그렇다. 최근 한 업체가 324개의 학회, 협회를 대상으로 웹사이트 및 지식 인프라 구축 현황에 관한 조사를 벌인 결과 49%에 해당하는 169개 단체만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운영되는 홈페이지도 단순 홍보만을 위한 초기구축 단계와 운영 단계에 머물러 있어 이에 대한 보완책이 시급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e비즈니스란 관점에서 볼 때 협회가 한 업종의 대표자로서 제 역할을 못해왔다는 방증이다. 이같은 사실을 고려할 때 이들이 업종의 e비즈니스를 위해 나섰다는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일이다.

 지난 4월 산업자원부 B2B 2차 시범사업에 신청했던 몇몇 협회 담당자의 말을 되새겨 본다. “선정 여부와 상관없이 업종의 B2B표준화는 계속 진행할 것입니다.”

 시범사업의 업종 선정 이후 3개월이 지났다. 탈락한 업종의 e트랜스포메이션은 과연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피혁부문은 주도했던 대표업체가 아예 사업을 접어버렸고 출판·인쇄·제지 분야 등은 협회에서부터 관련업체까지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다.

 선정 업종과 동일한 수준을 요구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당초 의지대로 한걸음이라도 전진하려 할 때 해당 업종뿐 아니라 국내 전체 산업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상황에서 터져나온 대한병원협회의 B2B 컨소시엄 결성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병원협회의 사례가 지난 4월 시범사업 선정에서 탈락했던 업체들의 행보에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