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일본 3개국은 무역수지 흑자에서 ‘삼각관계’라는 묘한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중국에서, 중국은 일본에서, 일본은 한국에서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것이다. 한국은 중국에서 벌어 일본에 퍼주고 중국은 일본과는 남는 장사를 하지만 한국에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에는 절대적 우위를 보이지만 중국 앞에서는 꼬리를 내린다. 마치 최근의 3국간 국가대표 축구경기 결과를 보는 듯하다.
얼마전 무역협회가 조사한 자료에 이같은 현상이 잘 나타나 있다. 한국은 지난해 48억달러의 대 중국 무역흑자를 시현했다. 반면 일본은 한국을 상대로 83억달러의 흑자를 챙겼다. 중국은 일본과 무역에서 195억달러의 엄청난 흑자를 달성했다.
3국의 흑자 효자상품 면면도 흥미롭다. 한국은 1차 가공을 거친 중간재, 예컨대 플라스틱·유기화학물·철강 등이 대중국 무역흑자의 일등공신이다. 이들은 대중국 수출량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전기전자·정밀기계 핵심부품 등을 통해 한국의 달러를 가져간다. 중국은 완제품 형태의 섬유·의류·완구·신발 등이 대일 5대 교역품이다. 이같은 무역분야에서의 한-중-일 먹이사슬은 고부가가치 제품은 일본이, 중간재는 한국이, 노동집약 상품은 중국이 비교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해 준다.
국내 업계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이런 추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보지만 최근에는 정반대의 견해가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한국은 일본을 따라잡기에도 힘이 부친 판인데 IT를 비롯한 고부가 시장에서조차 조만간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아예 통계수치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전자대국 한국’의 견인차 가전산업의 경우 이미 중국에 선두를 빼앗겼고 일부 저가형 통신제품도 메이드 인 차이나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고 밝혔다. 2001년 현재 한국이 중국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는 기껏 통신시스템·반도체·철강 정도며 이마저도 5년 안에 역전이 우려된다고 보고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역시 중국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4개나 되는 데 반해 한국은 반도체 하나뿐이라며 국내 업계의 분발을 촉구했다.
마침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유치와 WTO 가입 추진으로 경제 비상(飛翔)에 날개를 달았다. 이웃의 경사는 당연히 축하해야겠지만 우리도 함께 들떠서 흥분할 필요는 없다. 중국이 시장을 개방하고 자유경제체제에 편입된다며 한가하게 박수나 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아직은 중국보다 선진국이라며 우쭐대는 터무니 없는 자신감도 현실과는 너무 동떨어진 ‘망상’이다. 중국의 성장은 우리에게 최대의 위협요소다.
미국과 일본은 베이징 올림픽 유치를 두고 시장개방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중국이 아시아의 패권국으로 거듭나려 한다며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일본 경제 성장의 숙주가 됐던 한국이 이번에는 중국이라는 ‘호랑이’ 등에 타고 있지
나 않은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