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몇몇 신용카드 회사들이 수많은 고객의 정보를 유출시켰다는 뉴스를 접했다. 불과 몇달전에 신용카드 회사들이 현금 서비스를 받은 고객에게 높은 이자를 물려서 말썽을 빚었는데 다시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번에 적발된 신용카드 회사들의 고객인 나로서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이는 비단 나만이 느끼는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본다.
뉴스보도를 보면 신용카드 회사 10곳이 돈을 받고 카드 가입고객들의 각종 정보를 이들이 제휴한 보험사에 넘겼다는 것이다. 이중 혐의가 무거운 국민·비씨·다이너스 등 3개 카드사들이 검찰에 기소됐다. 나도 3개사중 2개카드사에 가입해 있을 정도로, 이들 회사에 가입해 있는 고객들은 매우 많은 게 사실이다.
신용을 생명으로 삼는다는 카드 회사들의 행태가 이 정도라면 신용이란 말이 정말 무색할 정도다. 카드사들은 평소에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온갖 달콤하고 좋은 말을 해왔다. 각 회사들은 자신들만이 고객을 최우선으로 하고 신용이 높고 안전하다는 말을 입에 침이 마르게 홍보해 왔다. 그러나 이번 일에서 보듯이 카드사들은 그동안 겉다르고 속다른 행동을 해 온 것이 드러나고 말았다. 일단 가입을 시켜서 고객수만 불려 놓고 보자는 속셈이 너무 훤히 드러난다.
이번 일은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가입고객들이 개인정보 유출로 사생활 침해 등의 피해를 보더라도 상관 없다는 태도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이러다 보니 카드 가입고객들이 때때로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입자들의 개인정보를 자기들 맘대로 악용하는 곳은 카드회사뿐만이 아니다. 인터넷 업체나 다른 금융기관들도 그동안 적지않게 고객들의 신상정보를 유출시켜 왔다. 이들 업체들은 대신에 돈 등의 대가를 받았음은 당연하다.
이런 정보 유출 때문에 수많은 가입자들은 전혀 알지도 못하는 곳으로 부터 e메일이나 선전용 우편물을 받아보게 되고 어안이 벙벙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자신들의 신상정보가 알려졌을까 하고 의아해하거나 불쾌해지는 것이다. 특히 이들 개인 신상정보의 대부분은 당사자들이 그 내용이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는 것들이다. 마치 자신을 누가 감시하고 숨기고 싶은 것이 드러난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현행 법에서는 고객 정보를 남용하더라도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는 이번에 단속된 카드사 10곳 중 약식으로 기소된 곳은 3개사뿐이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이래가지고는 신용정보 사회를 앞당길 수 없을 것이다. 신용카드 사용이 보편화된 현실에서 다시는 이런 불법적인 행태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이경준 서울 양천구 목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