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입법예고한 환경정책기본법 개정법률안은 재고되어야 한다. 전자파를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처럼 사람의 건강이나 환경에 피해를 주는 오염의 일종으로 분류, 규제대상에 포함시키는 국가도 없을 뿐 아니라 이미 전파법으로 규제하고 있는 전자파를 또다시 환경관련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이중규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관련업계는 물론이고 정부부처인 산자부와 정통부조차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책입안자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환경정책기본법 개정안은 전자파를 환경오염으로 규정하고 이를 규제하기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에 전자파 방지시설을 설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또 대기·소음·수질처럼 별도의 환경기준을 마련해 기지국·안테나·송신소·변전소·송신선 등 전자파 유발지역의 환경영향을 평가하는 등 관리 강화에 나설 방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통신·방송사업자들의 기지국 및 송신탑 설치에 적지않은 제동이 걸리게 된다. 전자파 영향예측 및 저감대책을 제출해야 기지국이나 송신탑을 설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파 송수신용 안테나 제조업계나 장비 제조업계도 적지않은 금액의 환경부담금을 내야 되는 등 개정안이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전자파 유해론이 끊임없이 대두되고 안전우선이라는 여론에 밀려 최근들어 전자파에 족쇄를 채우는 국가가 늘어나는 추세이고 보면 우리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전자파를 환경오염 및 훼손의 범주에 포함시키겠다는 환경정책을 반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다. 미국·일본·유럽 등 대다수 국가들이 휴대전화 단말기의 전자파흡수율(SAR)을 규정하는 전자파 인체보호기준을 발표하고, 전자파 위해를 알리는 경고문구를 휴대전화에 부착토록 하는 등 전자파 규제조치가 강화되는 추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차후에 밝혀질지 모르는 질병의 예방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여년간 전자파에 대한 논쟁이 벌어졌음에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체 유해 여부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런 와중에 전자파를 환경오염으로 규정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전자파가 유해물질이라는 점을 확고히 하는 이런 조치들이 우리의 기간시설인 전파 관련 장비 설치에 어려움만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자파를 환경오염 물질 또는 오염원으로 규정하고 이를 규제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전자파는 그 자체가 전파이기 때문에 전파를 규율하는 전파법으로 규제하면 되고 더욱이 지난해 12월 개정된 전파법에 인체보호기준을 규정하고 있는데 환경관련법까지 가세하게 되면 이중규제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전자파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등에 따른 환경부담금이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계에 큰 짐이 된다는 것이다. 또 새롭게 기지국과 송신소를 건설해야 하는 통신사업자 및 방송사들의 투자가 위축되면 통신서비스 품질저하 및 난청지역 발생 등 더욱 큰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우리가 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전자파에 대한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염물질로 규정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조치인지 득과 실을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