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불황 `비상구` 안보인다

 반도체 불황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인피니온테크놀로지, 시러스로직, 알테라 등 미국과 유럽의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23일 일제히 종전보다 악화된 4∼6월 실적을 발표했다. 특히 올들어 주가가 각각 24%와 12% 상승한 시러스와 알테라 등 우량 반도체 업체들까지 이번에는 손실을 기록해 불황이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최대의 이동전화용 단말기 제조업체인 TI는 2분기 1억9700만달러, 주당 11센트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같은 수치는 12억9600만달러, 주당 72센트의 이익을 냈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악화된 것이다. 매출 역시 20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29억3000만달러보다 31% 하락했다. 기업 분석 업체인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은 이 회사가 0∼5센트의 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했었다.

 메모리 업체 독일 인피니온테크놀로지는 매출이 30% 감소한 12억8000만유로를 기록했다. 특히 메모리칩과 이동통신 관련 제품의 매출이 62%와 41%씩 격감해 손실이 각각 3억4000만유로와 1억7600만유로에 달했다. 이밖에 보안카드 분야의 실적도 악화됐으며 유일하게 자동차와 산업 분야만이 호조를 보였다.

 특수 반도체 제조업체인 시러스로직은 지난달 30일 마감한 1분기 결과, 2300만달러, 주당 31센트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판매는 1억8140만달러에서 1억7970만달러로 감소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같은 기간 9890만달러, 주당 1달러 51센트의 순익을 냈었다. 비용과 기타항목을 제외할 경우는 750만달러, 주당 10센트로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1010만달러, 주당 15센트에 비해 감소했다.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은 이 회사가 주당 8∼14센트의 이익을 볼 것으로 예측했었다.

 같은 특수 반도체 제조업체인 알테라도 2분기 8920만달러, 주당 23센트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830만달러, 주당 23센트의 순익을 기록한 것에 비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이 회사는 구조조정 및 기타 비용을 제외하면 3590만달러, 주당 9센트의 순익을 올렸다. 매출 역시 2억153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3억470만달러보다 37% 줄어들었다. 톰슨파이낸셜/퍼스트콜은 이 회사가 주당 4∼10센트의 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번 실적과 관련,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앞으로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인피니온의 CEO 울리히 슈마허는 “하반기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시장이 곧 회복될 것이라는 명확한 기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 알테라의 경영진들도 분석가들과의 회담에서 3분기 판매 실적이 15∼20%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TI의 회장·사장 겸 CEO인 톰 잉기보스는 “전분기에 비해 주문 하락폭이 줄어들고 있고 이동전화 분야의 주문은 증가세로 돌아서는 등 희망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