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외자유치만이 능사인가

 최근 코스닥 등록기업인 네트워크통합(NI)업체 인네트는 주주들의 항의전화와 주가급락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이유는 지난해 10월부터 추진해온 미국 NCR사와의 외자유치 협상이 최근 결렬됐기 때문.

 올초 NCR와의 외자유치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주 및 투자자들은 인네트에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협상이 결렬되자 마자 태도가 돌변, 외자유치 실패 이유를 따지고 주식을 내다팔며 주가하락을 부추겼다.

 성사될 것으로 기대를 걸었던 외자유치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것에 대해 주주 및 투자자들이 일정정도 실망을 하고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외자유치 협상이 실패했다고 해서 외자유치를 추진해온 회사를 일방적으로 비난하거나 주식을 내다파는 것이 과연 합당한 행동인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은 것 같다.

 사실 IMF 국가경제 위기를 겪은 이후 국내 기업들은 기업의 투명성 제고 및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섰다. 외자유치에 성공한 기업들은 기업이미지 제고 및 주가상승 등 많은 이익을 봤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기업이미지 실추 및 주가하락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동안 우리 기업들은 외자유치가 자기 회사에 유리한지 불리한지조차 제대로 따지지 않고 무조건 외자유치 협상을 성공적으로 끝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려 왔다.

 이번 인네트의 외자유치협상 실패는 우선 NCR가 인네트에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을 요구한데다 주식시장 침체를 이유로 들어 지나치게 싼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려고 했던 데 있다.

 결국 인네트가 NCR의 조건을 받아들여 외자유치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면 재무구조가 튼튼한 알짜배기 벤처기업 하나가 외국기업 손에 헐값에 넘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물론 시작된 외자유치 협상은 성공적으로 끝나는 게 회사와 주주, 일반투자자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외자유치협상의 내용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협상이 결렬되면 외자유치 실패의 책임을 국내기업에 추궁하는 풍토는 이제 시정되어야 한다.

 외자유치 협상이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상대방 외국기업은 ‘이번 협상이 실패하면 당신네 회사의 주가가 떨어지고 주주들로부터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며 협상의 주도권을 장악하려 든다는 업계 관계자의 말을 곰곰이 되씹어 봐야 할 때다. 

  <정보통신부·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