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통신료 인하 공방

 최근 통신요금을 둘러싼 정부·사업자·시민단체의 움직임에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시민단체는 통신시장의 양적·질적 성장에 걸맞게 요금인하 등 소비자 복지를 주장하고 있고 정부는 물가안정을 대전제로 사업자들에 요금인하를 압박하고 있다. 물론 사업자들은 경기불투명과 향후의 천문학적 투자를 이유로 요금인하에 알레르기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사실 시민단체와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고 있다. 막대한 선투자가 특징인 통신서비스산업은 구조적으로 초기 과도한 적자를 나타내다 어느 순간을 넘어서면 기하급수적인 흑자기조를 유지하게 된다. 조 단위의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SK텔레콤이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가구당 통신요금은 소득의 10% 안팎을 맴도는 상황이다.

 그러나 정부와 시민단체의 주장에서 아쉬운 점은 통신산업의 속성에 대한 고찰 부족이다. 우리의 IT산업은 개도국은 물론 일본까지도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을 정도로 90년대 중반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통신서비스산업의 막대한 선투자가 기반이었고 통신서비부문의 괄목상대한 성장이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사실 D램 반도체 성장의 이면에는 한국통신의 TDX교환기 대량구매 및 마진보장이 존재한다. 반도체에 대한 막대한 투자는 TDX교환기에서의 마진보장이 전제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삼성전자의 최대사업부문은 이제 반도체가 아닌 CDMA를 축으로 한 통신부문이다. IMF 이후 급성장한 IT벤처의 기저에도 통신사업자들의 막대한 선투자가 숨겨져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투자는 반드시 고용창출 등 산업적 파급효과로 이어졌다.

 이제 우리경제를 보자. 최근 우리의 IT산업은 최악의 침체국면에 다다랐다.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통신사업자는 통신사업자대로 경기불투명을 이유로 구조조정과 함께 긴축경영에 착수했다. 쉴틈없이 성장해왔던 국내 IT산업에는 사상 초유의 된서리다.

 이같은 상황을 전제한다면 소비자에게 표시도 나지 않을 요금인하 주장은 재고돼야 한다. 통신요금 인하는 다른 각도로 해법을 풀어가야 한다. 통신사업자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소비자복지대책은 투자를 통해 고용을 늘리고 산업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소비자의 풍요로움으로 다가갈 수 있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는 정부와 시민단체의 거시적 안목을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정보통신산업부·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