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초고속인터넷장비업계가 수익감소로 고전하는 가운데 케이블모뎀 공급가마저 100달러 고지가 무너져 채산성 악화가 우려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데이콤이 7000회선 규모에 대해 실시한 장비입찰 결과 케이블모뎀 낙찰가가 100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데이콤 관계자는 정확한 금액을 공개할 수 없지만 10만원 초반(미화 90달러 후반) 수준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에 하나로통신이 실시하는 입찰에서도 공급가격이 100달러선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케이블모뎀 대당 원가는 11∼12만원선. 사후관리비용을 감안할 때 최소 13만원, 즉 미화 100달러가 적정 공급가격인 것으로 분석된다. 회선당 공급가격이 100달러 이하로 떨어져서는 채산이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데이콤 입찰을 계기로 케이블모뎀 공급가가 100달러 이하로 굳어지면 제조업체가 수익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크로스텍의 한 관계자는 “제조원가 하락률보다 유통가격이 떨어지는 폭이 크다는 것은 시장이 비정상적인 기형구도로 흘러간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10만원대 후반을 유지하던 케이블모뎀 가격이 점점 원가에 근접하도록 추락하는 것은 제한된 시장을 두고 국내외 제조업체가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두루넷, 하나로 등 대형 ISP가 벤더파이낸싱으로 장비를 구매하면서 다국적업체에 밀려 국내 중소업체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현금 유통은 사라진지 오래다. 여기에 대만산을 수입, 판매하는 유통업체가 끼어들어 제살깎기식 가격경쟁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국내업체들은 일부 다국적업체를 중심으로 가격 끌어내리기나 벤더파이낸싱이 횡행하고 있어 시장질서를 흐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국적업체인 T사는 최근 케이블모뎀사업을 정리하면서 재고 물량을 소진하기 위해 가격을 대폭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ISP 및 중계유선사업자가 실시한 크고 작은 입찰에서 입찰 호가를 100달러 이하로 불러 시장질서를 흐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세계 케이블모뎀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는 국내 시장의 가격 하락이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에도 미칠 경우 수출에 좋지 않은 영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