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이후 해마다 30% 이상 고속 성장을 거듭하던 정보기술(IT)산업의 수출이 올들어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정부가 집계한 올 상반기 IT산업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첨단기술과 고부가가치산업으로 불리는 IT산업의 수출은 210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2%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도 98년 1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후 매년 큰 폭의 흑자기조를 유지했으나 올 상반기에는 66억3600만달러에 그쳐 전년동기 대비 12억달러 줄어들었다.
이처럼 IT산업의 수출이 즐어들고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국제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졌고 세계 PC시장의 급속한 위축으로 컴퓨터 수출 등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IT수출이 줄었다고 해서 앞으로 수출전망이 비관적이라고 예단하는 것은 아니다. 고속 성장세를 유지하는 휴대폰이 거대시장인 중국에 진출했고 반도체업체들도 불황탈출에 적극 나서고 있어 하반기에는 경기가 호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IT산업의 위축이 일시적이 아닌 세계적인 경기둔화와 연결돼 있어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세계 IT산업의 불황이 개선되지 않고 더욱 심화된다면 우리 경제의 견인역할을 해온 IT산업의 수출은 지금보다 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수출비중이 가장 높은 IT산업이 만약 경쟁력을 상실한다면 이는 우리 경제의 최대 위기라고 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IT산업의 수출 급감을 계기로 정부와 관련업계는 장기불황을 전제로 IT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적인 IT산업 위축으로 인한 시장상황 악화와 산업구조 취약 및 경쟁력 열세 등의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IT산업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갈수록 빨라져 기술개발이나 제품생산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다양한 모델이나 디자인·채택기술·가격 등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그러자면 기업들이 급변하는 시장 추이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신기술 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수출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반도체의 경우 감산이나 조업단축 등과 함께 신제품 개발 투자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또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주요 외국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감원 열풍이 불고 있는 점에 주목해 우리도 기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IT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정부와 기업이 역량을 모아야 한다. IT산업에 대한 각종 정책을 재점검하고 보완점이 있으면 즉시 바로잡아야 한다. 특히 그동안 IT정책을 놓고 부처간 이해가 엇갈리는 일이 적지 않았고 이것이 효율적인 정책추진에 걸림돌이 돼왔음을 인식해 정책추진 과정에서 마찰과 혼선이 없도록 부서간 업무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이런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 우리 IT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되고 니아가 지구촌 IT 불황시대를 극복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