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희 우리인터넷 사장
최근들어 일부 인터넷 기업들이 속속 유료화로 서비스를 전환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개는 유료화 전환에 따른, 예견되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그래서 증권정보·오락사이트 등을 중심으로 한정적으로 유료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콘텐츠 분야다.
미디어 같은 콘텐츠 사이트의 경우 텍스트에 대한 유료화 전환은 다른 것보다 쉽지 않을 것이다. 단지 어떻게 해서든지 유료화로 나가야 된다는 논의가 확산되는 점은 예년과 비교해서 여러모로 달라진 풍경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 간과하는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이다.
A씨가 평소 즐겨 찾던 10개의 사이트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10개의 사이트가 어느 날 각자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고 요금은 얼마라고 한다면, A씨는 어떻게 행동할까. 모르긴 몰라도 1∼2개 사이트만 유료로 쓰거나 다른 무료사이트를 찾아 사용할 것이다.
그것은 유료화로 전환한 사이트들이 1인당 월 1만원의 요금을 받는다고 할지라도 평소 즐겨 찾던 10개의 사이트를 다 보려면 10만원이란 거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금액은 직장인들에게도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국내 인터넷 인구의 주연령층인 10대 후반에서 20대 중반사이의 젊은층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인터넷기업들이 이런 상황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유료화하는 것은 아무래도 고객에게 우선 모든 것을 다 부담시켜 보자는 잘못된 발상에서 비롯되었다고 본다.
그러다 보니 일부 게임사이트를 제외하고는 유료화 전환이 회원감소, 광고감소 등으로 이어져 본래 의도한 것보다 더 나쁜 상황을 연출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유료화는 인터넷 기업, 특히 콘텐츠 업체들이 최종적인 목표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에 따른 전략은 단편적으로 세워서는 안될 것이다. 고객에게도 만족을 줄 수 있고 기업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일으킬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맞추어야 한다.
이런 양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안이 있을까.
대안은 있다. 미디어·음악·게임·영화 등 다양한 종류의 인터넷 사이트를 고객이 원(One)-ID, 원패스워드(One-password)로 월정액에 이용하도록 하면 된다.
이 경우 콘텐츠 사이트는 일종의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때문에 사용료도 대폭 낮출 수 있고 유료화 전환에 따른 회원 감소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이런 개념은 콘텐츠 사이트들의 연합, 즉 ‘콘텐츠 사이트 네트워크(Contents Sites Network)’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기서 각 각의 인터넷 사이트는 별도 회원들만을 대상으로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각 사이트들의 콘텐츠 질이 일정 수준이상 유지돼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국내의 인터넷 사용자수는 이미 2000만명을 돌파했다. 얼마 전에는 전국 초·중등학교까지 초고속인터넷망이 연결됐고 세계적으로도 인터넷 사용자 비율이 우리나라가 단연 1위라고 한다. 닷컴기업에 필수적인 인프라 환경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할 것이다.
21세기는 첨단정보통신이 화려하게 꽃을 피울 것이라고 한다. 양질의 초고속통신망도 이런 맥락에서 사회 경제적으로 미래에 대한 투자인 셈이다.
여기에 인터넷 기업의 도전적인 창의력이 발휘돼야 하며 정책당국에서도 이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초고속통신망 위에 외화내빈의 인터넷 기업만 양산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이것은 곧 우리 국가경제에 또 다른 짐으로 작용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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