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러ID號` 난파 위기에

 희망을 안고 출발한 발신자번호표시(콜러ID)호가 좌초위기에 놓여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일 상용서비스 개시후 서비스 지연 및 단말기시장 침체로 사업전개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오던 중소 콜러ID단말기업체 상당수가 최근 도산위기에 직면하는 등 흉흉한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업계 대표단체로 결성된 발신정보표시산업협회(이하 CID협회) 관계자는 “설마 하던 파국이 눈에 보이고 있다”며 “쌓여 있는 단말기 재고물량이 현금 유동성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개별 업체들도 어떻게 해볼 방도를 못찾아 망연자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CID협회 및 소속 업체들은 지난 5, 6월까지만 해도 정치적 해결방안이 찾아지거나 한국통신과의 막판절충이 이뤄질 것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있었다. 하지만 국회간담회를 통한 회생방안 찾기도 전혀 진전이 없었고 어렵사리 만들어졌던 한국통신-CID협회측 대표면담에서도 별다른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CID협회측은 지난 5월 국회간담회 이후 10여개 회원사의 콜러ID단말기 악성재고에 묶여 있는 자금총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7월 말 현재 200억원을 훌쩍 넘어섰으며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자금압박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더욱이 현재 국내 콜러ID 단말기시장에 나와 있는 국산 기능인증제품, 중국산 저가제품, 전화기 일체형제품 등 3개 분야 사업이 어느 한쪽도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산제품 상황은 CID협회가 겪는 어려움으로 극명하게 표출되고 있고 중국산 저가제품도 초기 수입물량이 많아 달러만 쏟아붓고 지금은 역시 재고로 쌓여 있는 상황”이라며 “전화기업체의 콜러ID기능 통합형 전화기 매출도 그리 신통치 않은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통신은 이같이 콜러ID업계가 직면하게 된 파국이 자사와는 전혀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서비스제공을 통해 그 수익을 얻으면 되지 단말기시장의 침체와 재고문제를 같이 고민해야 하는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제공 주 사업자인 한국통신과 단말기를 팔아 현금을 돌려야 하는 입장에 처한 콜러ID단말기 업체 사이에 조성됐던 전선마저 점차 냉랭한 기운을 띠면서 파국을 막을 처방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