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남북 인터넷 한글주소 통일

◆이판정 넷피아닷컴 사장 pjlee@netpia.com

 

 민족의 최대 문화유산인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언어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민족의 화해와 협력 증진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는 지금, 한글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하겠다.

 남과 북이 단일민족임을 확인할 수 있는 기본조건은 문화유산과 언어체계가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백년 이상 지속된 민족분단의 역사는 언어의 이질감을 심화시켰다.

 더욱이 앞으로는 전세계의 문화·경제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인터넷시대다. 이 인터넷 공간을 남북이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남북의 거리를 좁힐 수도 있고 더욱 멀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남쪽은 인터넷 선진국으로 전세계가 주목할 정도로 제반 인프라와 인터넷 사용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나 북쪽은 이제 걸음마 수준으로 보인다. 다행히도 북측은 남측의 다양한 지원과 협력사업 제안을 환영하는 등 정보기술(IT) 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고 실제로 다방면에서 공동개발과 사업협력 교류가 진행되고 있다.

 한글은 남북이 인터넷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는 가장 큰 공통분모다. 여

기에는 한글 기반 제품의 공동개발 및 협력 모델이 있을 터이고 나아가 인터넷 한글주소의 통일도 가능하다고 본다. 특히 남북이 공동으로 ‘인터넷 주소의 한글화’를 추진할 경우 한글 인터넷 주소를 공동 사용하는 것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세가지 구체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첫째, 그동안 누적돼온 이질감을 해소하는 언어·문화적 통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같은 통합은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로 이어져 타산업의 교류를 촉진할 것이다. 또 해외에서조차 친남 또는 친북으로 갈라진 우리 민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계시킴으로써 민족 차원의 글로벌 e비즈니스 추진에도 활용될 수 있

을 것이다.

 둘째, 북측이 보유한 특정 분야 우수기술 및 인력과 남측 자본의 결합을 촉진시킬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과 해외시장 개척이 가능하며 인터넷시장 확대를 통한 솔루션 개발사와 서비스 제공사의 내적 경쟁력을 제고해 북한 경제 안정화 및 개방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남북간 신뢰 증진을 통한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할 것이다. 공동 인터넷 한글주소 체계가 확립되면 인터넷을 민간교류 창구로 적극 활용할 수 있어 상호 이해증진과 문화적 이질감 해소로 통일시 예상되는 문화충격을 극소화할 수 있다. 특히 한글 인터넷주소의 공동사용은 또한 ‘kr’과 ‘kp’로 나뉘어 있는 현재의 영문 도메인(URL)과 달리 ‘남과 북은 여전히 전쟁 위험이 상존하는 분단국가’라는 이미지를 불식시킬 수 있어 손상된 민족 자긍심을 회복하는 데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 민족통일에서 사회통합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사이버사회의 통합이다. 사이버 통합을 이루지 못한 민족통일은 우리 역사를 다시 한번 뼈저린 아픔 속으로 몰아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이버 분단 체제가 지속될 경우 이로 인한 민족경쟁력의 후퇴는 과거 50년 동안의 그것보다 훨씬 큰 폭이 될 것이라는 사실은 익히 짐작할 수 있는 바이다.

 한글 인터넷주소와 같은 인터넷 기반산업을 공동으로 구축하여 온라인상의 통일을 이루는 일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가능만을 외치며 아무런 노력을 기울지 않는다면 기회는 앞으로도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