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생을 모색하는 남북IT 교류

 국내 정보기술 기업·기관 대표와 기자를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제 4차 남북IT교류협력사업 방북단은 지난 24일부터 5일동안 북한을 방문했다.

 방북단이 처음 공식 방문한 곳은 평양시 보통강구역 경흥동에 위치한 평양정보쎈터(PIC). 평양의 상징 구조물 중 하나인 초고층의 유경호텔을 마주하고 있는 PIC는 조선콤퓨터쎈터와 쌍벽을 이루는 북의 대표적인 IT 연구개발 기관이다.

 PIC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기자는 그동안의 고정관념을 깨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1층에 자리잡은 컴퓨터 매장에서 판매중인 PC들이나 연구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는 애플이나 필립스에서 만든 펜티엄 고급기종이었다. 북에서는 펜티엄급 PC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소문과 정보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PIC 연구원들도 대단한 연구 열의와 자긍심으로 꽉차 있었다. 설계프로그람실 연구원들은 기자에게 직접 개발한 최신 건축용 설계프로그램 ‘산악 3.0’과 경공업종합설계프로그램 ‘길’을 시연하면서 능숙한 설계 솜씨를 보여줬다. 방북단 일행인 포항공대 박사과정의 연구원도 PIC 연구원들과 장시간 토론을 하고는 그들이 자체 기술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는 것에 놀라워 했다.

 이번 방북기간 중 남북은 공동으로 평양내에 고속 인터넷망을 시범 구축하고 가상현실 분야에서도 공동연구를 수행키로 하는 괄목할 만한 합의를 이끌어 냈다. 아울러 중국 단둥에 세워진 최초의 남북합작 IT기업인 하나프로그람센터에 북측 엔지니어들을 파견해 공동으로 IT 교육·제품개발에 본격 착수키로 최종 합의를 보았다.

 기자는 북의 IT실상과 과거에는 도저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었던 남북 IT협력사업이 맺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IT교류협력이 남북관계를 지속적으로 개선시켜 나가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귀국길에 방북단중 한 사람은 남북 IT교류가 서로의 경제적인 이익 실현을 목

적으로만 하는데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남북이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면서 상생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기 위해 IT교류의 수준을 서로의 정보기술 격차를 줄이는 단계까지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앞으로 남북 IT교류협력의 지향점이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은 이번 방북단이 안고 온 책무이자 숙제이기도 하다.

<기획조사부·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