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이 초강력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정부가 지난달 중순 처음 발견한 웜바이러스인 ‘코드레드’에 대해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코드레드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스위스, 독일, 캐나다, 싱가포르 등이 코드레드의 경고에 나선 가운데 이미 스위스에 상륙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드레드보다 앞서 최근에는 서캠(일명 how are you)이라 불리는 ‘끈질긴’ 바이러스가 나타나 네티즌들을 괴롭혔다. 이외에도 지난 2월의 안나쿠르니코바와 러브(2000년 5월), 멜리사(99년 4월) 등 대형 바이러스가 나타나 전세계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 넣었다.
인터넷 붐을 타고 이들 바이러스의 규모도 가히 매머드급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코드레드의 경우 현재 12억달러 그리고 러브바이러스의 경우 전세계에 80억달러 이상의 피해를 입혔다. 90년대 후반부터 바이러스 가운데 웜이 급증하고 있으며 이들 웜은 사랑, 미모 등의 제목을 들고 나와 네티즌의 호기심을 유발하고 있다.
이들 바이러스는 주로 마이크로소프트의 e메일 소프트웨어인 아웃룩을 타고 전파돼 이 회사에 대해 비난이 높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조차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패치판을 발표하는 것으로 대응할 정도며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드레드=마이크로소프트의 웹 서버 보안 허점을 타고 확산된 이 웜바이러스는 지난달 중순 처음 발견됐다. 백악관 웹사이트를 비롯해 지난달 19일 하루에만 무려 25만대의 컴퓨터를 감염시키는 위력을 보였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시장조사기관인 컴퓨터이코노믹스는 코드레드가 1일 현재 39만5000대의 서버에 피해를 입혔으며 피해액은 7억4000만달러의 직접비를 포함해 총 12억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코드레드는 피해를 입은 웹사이트에 ‘중국인이 해킹’이라는 문구를 남겨 놓아 발원지를 중국으로 짐작하게 하고 있는데 중국에서는 부인하고 있다.
미 정부는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공동으로 해커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코드레드 박멸을 선언했지만 세계적으로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의 코드레드 재활동 경고가 내려진 1일 스위스 당국은 코드레드가 스위스에 상륙했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정부 웹사이트를 비롯해 최소 10여개의 기업 웹 서버와 이들 서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홈페이지가 코드레드의 공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도 이날 코드레드에 대한 경고를 내렸으며 캐나다, 독일 등도 코드레드에 대한 경계령을 발동시키면서 촉각을 곤두세웠다.
1일 재활동한 코드레드는 미국 국방부의 컴퓨터전산 시스템을 느리게 하는 등의 피해를 줬지만 우려했던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활동 재개한 코드레드가 최소 2만2000개의 웹사이트에 피해를 줬으며 앞으로도 인터넷 전반의 기능 약화가 우려된다고 보도했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는 IIS 서버의 보안 결점을 보완한 패치판이 100만개 정도 다운로드됐다고 전했다.
◇서캠=지난달 초 처음 발견된 e메일 바이러스. 지금은 한창 기세가 꺾였지만 아직도 미미하게 활동중이다. 50개국 이상에서 발견됐으며 데이터 파괴가 없다는 처음의 전망과 달리 일부에서는 데이터 손상을 입기도 했다.
◇안나쿠르니코바=약관의 독일 청년이 평소 사모하던 미모의 러시아 테니스 스타 안나 쿠르니코바의 이름을 사용해 제작한 것. 지난 2월 처음으로 발견됐으며 수십만의 컴퓨터 e메일을 타고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쿠르니코바의 사진을 첨부한 것처럼 위장해 네티즌을 유혹했다. 이 바이러스는 e메일 시스템을 느리게 하거나 일부에서는 서버를 다운시키는 피해를 입혔다. 쿠르니코바 바이러스를 제작한 20세의 잰 데위트는 지난 2월 13일 체포됐다.
◇러브=2000년 5월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바이러스로 전세계에 80억달러 이상의 피해를 안겨줬다. e메일 제목에 ‘사랑해(I love you)’라는 달콤한 말을 사용, 네티즌의 호기심을 유발시켰다. 미국 펜타곤, 중앙정보국뿐 아니라 영국 의회 등 세계적 기관들이 러브의 피해자였다.
러브를 제작한 필리핀 청년 레오넬 라모네스(27)는 체포됐지만 처벌법규가 없다는 필리핀 정부의 이유로 풀려났다.
◇멜리사=99년 4월 처음 나타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웃룩 e메일 주소록에 감염된 컴퓨터를 타고 급속히 번식했다. 바이러스인 줄 모르고 멜리사를 연 사람 가운데 일부는 하드드라이브의 파일이 손상되는 피해를 입기도 했다. 뉴저지주에 거주하던 데이비드 스미스씨가 제작한 것으로 그는 뉴저지주의 컴퓨터법을
위반한 혐의로 법정에 서기도 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