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불황극복은 e비즈니스로

◆곽수일 서울대 교수

  

 요즈음 코스닥에서 인터넷 주식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그동안 고조됐던 인터넷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특히 그동안 인터넷이 기업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고 있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모르고 헤매던 기업 가운데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는 기업의 보수성 때문에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머뭇거리던 기업들이 인터넷 열기가 줄어들자 여기에 편승해 인터넷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잊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요사이 경기후퇴가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인터넷이나 e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과거에 경기 침체와 더불어 전산화 투자를 줄이던 관행이 그대로 적용됐던 것과 같은 사례다.

 그러나 e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는 과거의 전산화 투자와 달리 경기가 후퇴하고 침체가 장기화될수록 이를 극복하기 위해 더욱 증가되고 촉진돼야 할 사항이다.

 e비즈니스가 경기침체를 극복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후퇴하거나 침체상황으로 돌입하면 기업으로서는 일차적으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경주하게 된다. 원가를 줄임으로써 경기 후퇴에 따른 매출감소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e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활용해 구매나 생산, 영업활동을 하는 경우 원가절감이 한 자릿수인 3%나 5%가 아니라 두 자릿수인 20% 또는 50% 식으로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요사이 서울의 어느 대학에서 인터넷을 통해 A4용지 등 학교에서 필요한 문구류를 구입했더니 구입원가가 20%씩 절감됐다는 사례가 화제로 떠오르고 있다. 외국의 예로 GE에서 지난 2년간 인터넷을 구매의 측면, 영업의 측면, 생산의 측면에 본격적으로 활용한 결과 사업부별로 영업 및 일반관리비를 적게는 20%에서 많게는 50%까지 절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경기후퇴나 침체기에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e비즈니스를 더욱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하겠다.

 경기후퇴에 따른 매출감소에 대한 대책도 e비즈니스를 활용해 세울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경기침체에 의한 매출감소가 시작되면 우선 광고비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광고비의 축소는 오히려 기업과 소비자간의 의사소통을 더욱 줄여서 악순환의 시작이 되고, 따라서 매출은 더욱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경기후퇴에 따른 매출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소비자와의 더 많은 교류가 필요하고, 소비자의 수요패턴을 더욱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경우 e비즈니스에서 흔히 이야기되는 CRM을 활용해 소비자 개개인의 수요패턴뿐만 아니라 일대일의 마케팅 전략을 통해 B2B나 B2e 시장에서 고객의 수요와 기업의 생산활동을 직접 연계시킬 수 있다. 이러한 일대일 마케팅은 경기가 활성화돼 수요가 자연스럽게 증가할 때보다는 경기침체로 인해 수요가 감소될 때 그 효과를 더욱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때에 정확히 공급하기 위해서는 e비즈니스를 구매와 생산, 영업에 활용하는 경우에만 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앞으로 경기후퇴가 장기화되고 불황의 조짐이 보일수록 e비즈니스의 활용에 기업의 노력이 집중돼야 하겠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큰 애로점은 이제까지 e비즈니스 활용에 머뭇거림으로써 원가나 마케팅에서 효과를 얻지 못했던 기업들이 박차를 가하기보다는 e비즈니스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먼저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은 결국 과거의 불황극복 전략에 연연해 광고비를 줄이고 연구개발비를 축소하는 모형을 따를 것이다.

 이는 불황극복 전략이라기보다는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회사의 자원을 써버리는 전략이라 하겠다.

 반대로 e비즈니스를 활용해 구매·생산·영업 등을 줄이고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전략은 불황극복의 적극적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전략은 경기가 회복될 때에 계속해 활용함으로써 다른 경쟁자를 물리치는 경쟁전략이 되겠다.

 따라서 과거 방식에 연연하고 과거의 연장이 미래가 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다. 이제 막 시작되는 인터넷 세상에서는 과거의 연장이 미래가 되지 않는 새로운 환경이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불황 극복도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에 걸맞게 인터넷을 활용하는 e경영체제로 극복해야 하겠다.

 서울대 교수 skwak@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