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잡음` 큰 디지털TV방송

 방송문화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지상파 디지털TV 본방송이 실시되는 시점이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의 사정에 따라 시기가 약간씩 틀리지만 올해 말까지 3사 모두 본 방송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방송계는 아직도 유럽방식과 미국방식을 둘러싼 ‘필드 테스트’ 공방으로 시끄럽다.

 당초 방송 3사가 공동으로 필드 테스트를 실시키로 했지만 방송사간에도 의견이 갈라져 결국 KBS와 SBS는 빠지고 MBC만 독자적으로 실시키로 했다.

 정부에서도 처음의 ‘필드 테스트 무용론’에서 한발 물러서 자금과 테스트 기준 등을 제공키로 하는 등 필드 테스트를 허용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

 그러나 필드 테스트의 내용과 방법론을 둘러싸고 MBC와 정보통신부간에 또다시 입장차이가 드러나면서 갈등이 재연되고 있다.

 갈등의 주요 사안 중 하나가 이동 중의 테스트다. MBC의 요구에 대해 정통부 측은 “이동 중의 수신에 있어서 유럽방식이 미국방식에 비해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처음부터 알고 있는 사항이었다”며 “이동수신보다는 화질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결정했기 때문에 테스트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MBC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등 향후 기술발전 추이로 볼 때 이동 중의 수신은 중요한 사항이라며 이 항목을 꼭 테스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지털 방송의 필드 테스트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MBC와 정통부의 줄다리기를 보면서 한가지 아쉬움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이러한 논의가 지난 97년 방송방식이 결정되기 전에 보다 활발히 이뤄졌더라면 하는 것이다. 충분한 테스트와 검증, 그리고 국민적 논의를 거쳐서 결정했더라면 본 방송을 코앞에 둔 지금에 와서 어떤 방식이 좋은가 테스트해 보자는 말이 나올 리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방송은 향후 국가의 방송산업뿐 아니라 가전과 통신 등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업이다. 정부의 정책이 아무리 옳더라도 국민이 잘못 알고 있다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문화산업부·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