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디지털화를 배경으로 세트톱박스(STB)가 유망 분야로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대만의 주요 전자업체들이 이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그룹의 시장동향 보고서를 인용한 외신에 따르면 STB는 향후 3년 간 빠른 속도로 수요가 확대돼, 오는 2004년에 세계시장 규모(출하 기준)가 70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특히 미국은 출하 대수가 2400만대로 세계 전체 출하의 3분의 1을 넘어서 최대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STB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홈네트워크의 급속한 진전과 ADSL 등 고속·대용량의 브로드밴드(광대역) 통신의 보급 확산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는 기기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가트너는 수요 증대에 따른 양산과 업체간 경쟁 격화로 기기의 저가화가 가속화 하면서 수요는 더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특히 오는 2006년 께에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아시아 등 전세계 지역에서 디지털방송이 본격화, 수요 확대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했다.
STB 시장의 성장은 한국을 비롯, 대만과 중국 등의 전자업체들이 이 사업을 확대해 시장선점 경쟁에 나서게 하고 있다. 특히 대만 업체들은 PC 분야에서 쌓아온 마더보드 등의 노하우를 활용해 생산을 크게 늘리는 등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대만 정보산업 기관인 자책회(資策會·MII) 산하 조사 부문인 시장정보센터(MIC)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99년 300만대를 밑돌았던 대만의 STB 생산은 2000년 400만대로 50% 이상 늘었고, 2001년에도 전년의 1.5배를 웃도는 600만대를 약간 넘어설 전망이다. 또 이후에도 매년 20∼30%의 높은 성장세를 보여 오는 2004년에는 생산대수가 세계 전체 출하의 7분의 1을 넘는 11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주요 업체로는 세계적인 PC 업체인 에이서를 비롯, 에폭스(EPox), 테코(TECO), 디오테크(Diotech), 차인테크(Chaintech), MSI 등이 있다. 이들은 단순히 인터넷에 접속하는 기능을 갖춘 인터넷 STB와 고부가가치의 모뎀을 장착한 디지털 STB 등으로 양분돼 세계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앞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자제품을 일원 관리하는 이른바 ‘홈게이트웨이’ 기능이 부착한 STB 개발과 함께 하드웨어 중심에서 벗어나 관련 STB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