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식 (주)인터벡 대표 js@interveg.co.kr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중국은 급속히 정보기술(IT)산업을 육성하고 있으며 북한도 이 분야가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것이라는 인식 아래 IT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아시아에 번지고 있는 정보사회를 향한 요원의 불길과 더불어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 결정은 우리가 평소에 들어 왔던 예측을 다시금 환기시겨 준다. 2020년쯤이면 동북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지가 되고 그 중심에 한국이 서게 된다는 바로 그 예측이다.
이러한 기대와 예측에 걸맞게 우리 한국은 오래 전부터 초고속정보통신망을 구축하고 국가사회 전반에 정보화를 도입하였으며 정보통신산업을 신경제의 핵심으로 육성해 왔고 이러한 노력에 기업과 학계도 적극적으로 동참해 왔다.
우리가 동북아의 부상과 통일 한국에 대한 강렬한 기대감 속에서 남북 IT교류에 관한 논의를 전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어차피 부담해야 할 통일비용의 효과적인 운영과 절감을 위해 북한에서 가장 괄목하게 성장한 소프트웨어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에도 불구하고 북한 소프트웨어 기술 활용에 많은 염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사업화하고 비즈니스 모델화하는 데는 아직도 많은 검증이 필요하며 공동사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지적재산권 분쟁 등 아마도 많은 문제들이 장애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이러한 불안과 염려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는 금강산 개발사업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단기적이고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긴 안목과 중장기적인 성과를 염두에 두고 남북간 IT 공동사업을 전개해야 할 것이다. 즉 지원 위주의 막연한 사업보다는 IT산업 육성을 위한 북한 자체의 자생력 배양을 위한 채찍과 당근을 확실하게 갖춘 상태에서 공동사업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IT 공동사업은 민간기업이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북 공동사업의 비즈니스 플로가 더욱 명쾌하게 되도록 다음과 같은 제도적·정책적 장치가 반드시 마련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첫째, 소프트웨어 기술교류와 공동사업화를 위하여 남북한 주무기관 간 대화창구를 시급히 개설하고 불확실한 북한의 IT 현황에 관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협의기구를 설치해야 할 것이다. 또한 남북한 당국의 IT관련 책임자·과학자·기업대표 등이 참가하는 세미나를 공동 개최하여 남북한 IT 현황을 공유함으로써 연구개발과 상용화, 교류협력에 대한 사전심의, 검증에 관한 정보 등을 교환해야 할 것이다.
둘째, 북한 소프트웨어 기술개발의 모델을 더욱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중국식 모델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현재 조선콤퓨터센타와 평양정보센타 등 암암리에 수익성을 추구하는 기관과 남한 기업체의 단위 사업별 협력은 우리에게 다분히 혼돈과 공동사업의 비효율성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 체제의 일사분란한 정책수행과 남북 IT 교류에 관한 정책결정의 일관성 등 북한의 장점을 공동사업 추진에 활용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앙행정기관인 과학원 산하의 조선중앙과학기술통보사를 정책적·제도적 협력사업 창구로 요구함으로써 현재와 같이 진행되고 있는 개별사업단위 추진의 불확실성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제도적·정책적 장치가 마련될 때, 우리는 북한을 기반기술 개발을 위한 전진기지로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검증된 북한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요소기술로 활용한 통합 제품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더불어 남한 기업은 이렇게 개발된 제품의 마케팅을 전개하고 북한에 그 대가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공동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단순 지원 차원을 넘어 북한의 IT산업 자생력을 키워주는 방법까지를 적극적으로 고려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