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일변도로 이뤄지는 정부의 통신서비스 정책이 IT 신기술 상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니 걱정이다. 단말기 보조금 폐지, 중복투자 방지, 구조조정, IMT2000 서비스 지연 등 일련의 규제정책과 경기침체로 인한 자금난이 가중되면서 통신사업자들의 투자가 크게 위축돼 국가의 미래를 담보할 IT 신기술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을 올바르게 육성해야 하는 정부의 강력한 통신규제정책으로 인해 개발을 완료했거나 추진중인 신기술의 상용화가 위축되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더욱이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이미 한계성장치에 도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주체이자 소비자 마케팅의 주역인 통신사업자들이 정부 규제와 긴축경영을 내세워 반드시 집행해야 할 신기술 상용화에 대한 투자를 기피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주지하다시피 IT 신기술은 통신사업자들의 전략적 투자와 사업자 마케팅이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조기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렇게 되면 내수시장에서의 기술력 확보와 규모의 경제 달성에 어려움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IT산업의 세계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됨은 물론이다.
더 큰 문제는 통신사업자들의 연이은 감량경영 선언이다. 국내 통신산업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면서 벌어지는 통신사업자들의 감량경영 선언은 신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대한 투자위축으로 이어지고 결국은 국내 통신산업의 장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의 투자축소 여파가 서비스산업의 기저를 이루는 통신장비제조업체와 콘텐츠업체의 자금난을 부추기는 등 산업의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통신·데이콤·SK텔레콤·KTF·LG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은 물론이고 통신장비업계와 벤처기업들이 가세할 정도라니 감량경영 사태가 예상보다 심각하다. 물론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해 일부 업계에서는 최근들어 중국·동남아·남미시장을 담당할 수출인력을 충원하는 등 내수부진의 돌파구를 해외시장에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생각처럼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지난해 중반부터 강력히 추진했던 통신사업자 규제 중심의 정부정책 방향을 수요촉진을 위한 경기활성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라고 본다. 또 통신시장 내수경기 활성화와 신규 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차원의 통신사업자 신기술투자 및 보조금 마케팅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차제에 지난 98∼2000년 상반기에 정점을 이뤘던 이동전화 단말기 보조금 정도는 아닐지라도 선수요 창출을 위한 통신사업자의 보조금마케팅이 어느 정도 허용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의 정보통신산업이 이처럼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33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정보통신산업이 성공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은 통신서비스 경쟁정책을 도입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사업자 및 장비업계의 기술개발과 공격적 서비스가 맞물려 이뤄낸 결과였기 때문이다.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통신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라도 신기술 상용화에 적극 나서는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