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환경은 좋습니다. 그러나 섣불리 뛰어들 일은 아닙니다. 최소 3∼5년간의 사전 정지작업도 필요합니다.”
KMW차이나의 원창호 총경리가 말하는 중국 통신장비 시장 진출 가이드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시간과 자금이 열악한 중소기업으로서는 사전 정지작업의 고충이 더욱 크다.
원 총경리는 “중국이 매력적인 시장환경과 투자조건을 갖췄지만 뚜렷한 목표와 거래처가 없는 기업에게는 함정이 많은 곳”이라고 강조했다.
KMW(대표 김덕용 http://www.kmw.co.kr)는 고주파회로(RF)부품에서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무선통신 토털솔루션을 제공하는 중소기업이다. 지난 98년 7월 중국 상하이에 사무소를 개설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푸동지구에 생산법인을 설립, 올해 5월부터 각종 이동통신 부품 및 장비 생산을 본격화하고 있다. KMW차이나는 장비 현지생산을 통해 올해만 300만∼400만달러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빛=KMW가 현지 생산법인을 마련한 상하이 푸둥지구는 중국의 21세기 비전이 집중된 곳. 세계 유명 전자·통신기기 업체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중국 정부의 법·제도적 지원도 전폭적이다.
실제 푸둥 지정개발구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이익이 날 때까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익이 난 해부터 2년간 면세 혜택도 누린다. 2년 후에도 세율은 7.5%에 불과하며 그나마 3∼5차연도는 7.5%의 절반이다. 이익이 난 때부터 5차연도가 지난 후에는 1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지정개발지구 이외의 중국 내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33%의 세율을 부담하는 점에 비춰 절대 우위의 투자환경이 조성돼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도 올초부터 정보통신기기를 포함한 고부가 제품에 대한 수입관세를 9%에서 15%대로 끌어올림으로써 현지생산 및 투자를 권장하는 분위기다. 상하이 지방정부의 외국기업 우대정책도 현지 진출에 ‘빛’이 되고 있다.
◇어둠=중국 정부의 각종 혜택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첨단 고부가가치 제품을 취급하는 기업이 아닐 경우에는 명함을 내밀 수도 없다. 이는 ‘우리가 당신(중국기업)들에게 가르쳐줄 만한 기술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얘기.
만일 중국의 ‘싼 임금’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에서 현지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좋다. 적어도 상하이 푸둥 지정개발구의 사원 임금 및 복지 수준은 우리나라보다 못할 게 없다. 현지인의 월 임금을 100원으로 봤을 때 기업은 모두 140원 가량을 지출해야 한다. 주택·의료·연금 등의 복지수당을 기업이 지원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확실한 거래처를 갖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KMW는 부품에서 완제품까지를 포괄하는 생산제품의 특성상 현지 생산허가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중국 정부가 생산 허가품목을 지극히 단편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KMW는 중국기업인 화웨이·다탕·둥팡과 같은 통신장비업체들과 수년간 거래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 힘입어 중국 정부의 전격적인 허가를 끌어낼 수 있었다.
결국 중국 통신장비 시장 진출 가이드북의 첫머리는 ‘엘도라도를 향한 러시’라기보다는 ‘두들겨보고 건널 다리’일 것이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