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B2B의 관건

◆신양호 아이비젠 사장

 

 21세기와 함께 화려하게 국내시장에 등장한 기업간 전자상거래(B2B)는 2년을 지나는 동안 우리에게 많은 기대와 실망을 안겨 주었다. 벤처업계에는 인터넷 사업의 호황과 발맞추어 장밋빛 미래를 보여 주었으며 외산 솔루션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 군단에게는 새로운 사업분야로의 조기 진출과 주도권 확보라는 목표를 제시해 주었다. 그러나 극심한 경기 침체와 닷컴 기업의 몰락, B2B 사업에 대한 회의론 속에서 그러한 장밋빛 미래와 새로운 사업의 가능성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으며 이러한 현실은 올해 상반기를 지내면서 B2B 시장의 침체로 이어졌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기업간 거래행위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로 구현될 것이라는 데 이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현재의 인프라 환경과 B2B 사업의 모델이 아직은 이르다는 의견이 중론이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들어 신문지상에는 B2B 업체들의 매출 증가와 시장확대에 대한 기대어린 기사들이 눈에 띄고 있다.

 그간 국내 B2B 사업의 추진 형태를 보면 대기업 중심의 대형 마켓플레이스, 구매자 중심의 구매 마켓플레이스, 주주사 중심의 커뮤니티 구성으로, 표면상으로는 중립적인 공공 마켓플레이스를 표방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시장에서의 안정적인 수익모델 확보와 국내 기업의 전자상거래 관련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인한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구매력을 앞세운 소수 대형기업 중심의 포털이 초기 모델이 되었으며 이는 경제적인 규모(Critical Mass)를 확보하는데 실패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B2B의 성공 사업모델을 기다리던 대부분의 기업은 지치고 시장의 분위기가 침체된 것이다.

 반면, 최근의 시장 흐름은 개별 기업의 전자구매(e-procurement)와 다양한 사업 모델의 시도, 중소기업으로의 확산으로 규정지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중소기업으로의 확산이다. 오프라인과 마찬가지로 온라인에서의 경쟁력 역시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그 기초를 이룬다 할 것이다.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산업단지나 1만개 중소기업 IT화 등 지원 정책은 이러한 기조에서 출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라 판단된다. 전자상거래의 핵심 요소는 표준화된 카탈로그와 안정적인 커뮤니티의 확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더라도 국내 제조업 공급망(Supply Chain)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B2B 참여 유도는 매우 중요하다.

 중소기업의 참여없이 안정적인 커뮤니티를 구성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며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에 B2B 참여에 따른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이러한 가치에 대해 매출향상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이는 결국 구매포털이 아닌 판매포털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많은 중소기업에 산재되어 있는 카탈로그의 관리다. 몇몇 대형 포털에서의 단편적인 관리로는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불가능하며 각각의 포털이 카탈로그를 구축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이러한 면에서 볼 때 가장 좋은 방안은 개별 기업이 자기의 제품 카탈로그를 직접 관리하고 이를 대형 포털에 연계하여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모델일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정보화 기반이 확충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앞서 열거한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하면 우리나라의 B2B 사업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으며 중소기업의 B2B 활용에 대한 현실적인 사업 모델이 기대된다. 이를 위해서는 물론 중소기업을 위한 정보 인프라 및 B2B 솔루션의 약진이 필요할 것이다.

 cioshin@ibge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