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시가홀딩스는 지난 99년 오라클의 기업 관리 소프트웨어를 도입해 재고 관리, 회계 시스템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들인 시간은 일년이나 됐으며 비용도 수백만달러나 들였다.
마카누도, 파르타가스, 펀치 등과 같은 유명한 시가 제조사인 이 회사는 하지만 이제 오라클의 소프트웨어를 다시 설치해야 하는 곤경에 처했다. 바로 오라클이 자사가 판매한 기업용 관리 소프트웨어의 구형 제품(버전)에 대해 기술 지원을 내년까지만 하고 이후부터는 중단하겠다고 하기 때문이다. 만일 오라클의 기술 지원이 없으면 제너럴시가 같은 회사들은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버전을 업그레이드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이렇게 되면 수백만달러의 비용이 또다시 들어 가야 한다.
외신에 따르면 세계적 소프트웨어업체인 오라클은 지난 96년 시판한 자사의 기업 관리 소프트웨어에 대해 2003년부터는 기술 지원을 중단할 방침이어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제너럴시가의 최고정보임원(CIO) 로버트 루소는 “오라클의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려면 컴퓨터도 더 고급 기종으로 바꿔야 하고 또 소프트웨어 설치에 필요한 컨설턴트도 추가 고용해야 하는 등 비용이 수백만달러나 추가로 들어간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새 소프트웨어 설치는 비용문제뿐 아니라 자칫 잘못하면 기술적 장애로 인한 기업의 데이터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는데 루소 CIO는 “오라클의 기술 지원 중단 계획은 우스꽝스러운 일이며 이해가 되지 않는일”이라고 꼬집으며 “보통 새로운 시스템 설치에 최소 수개월 걸리는데 우리는 아직도 지난 99년 구입한 오라클의 소프트웨어를 설치 중”이라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오라클은 “새 소프트웨어가 더 많은 기능과 특징을 가지고 있는 등 이전 제품보다 훨씬 성능이 뛰어나다”며 기업 고객들에게 업그레이드를 권유하고 있다. 오라클이 이처럼 ‘업그레이드 권유’에 나서고 있는 이유는 자사의 기업 관리 소프트웨어 매출이 부진한 것과 관련돼 있다. 지난 5월 끝난 이 회사의 분기 실적을 보면 애플리케이션 분야 매출이 작년 동기보다 24% 줄어든 3억3800만달러로 부진했다. 반면에 데이터베이스 분야 매출은 일년전과 비슷한 기록을 보였다.
현재 제너럴시가 등 오라클의 기업 고객들 반감은 상당히 큰데 음성 메시지 전문 업체인 인터보이스-브라이트의 데이터베이스(DB) 관리자 짐 배슬러도 “오라클이 원하는 대로 업그레이드하려면 300만달러나 소요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악취나는 업그레이드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반감을 보이고 있다.
캘리포니아 교직원협회의 정보시스템 책임자 필 모스도 “오라클의 행태는 마치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는 격”이라며 분노했다. 하지만 오라클의 기업고객들은 오라클 이외의 다른 업체 시스템을 도입하자니 모험이 뒤따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터보이스-브라이트, 학교연합회 등 53개 오라클 기업 고객은 오라클에 기술지원을 2004년말까지 연장해 달라고 청원서를 보내 놓고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오라클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고객 중 일부가 고객 명단에서 이탈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가인포메이션 부사장 바이런 밀러는 “오라클이 매출 확대를 위해 도박을 하고 있다”고 전하며 “그들(고객)을 화나게 하면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당초 오라클은 기술지원을 내년부터 중지할 방침이었지만 기업고객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를 내년말까지 일년간 더 연장했다. 오라클의 대변인 사토는 “또 다시 기술지원을 연장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약 8500개의 기업 고객이 우리의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중 570곳은 최신 버전(오라클 11i)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너럴시가와 다른 업체들은 현재 오라클의 10.7 버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은 작년 5월 발표된 11i의 도입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11i가 아직 버그가 많다는 소리가 많기 때문이다.
루소 CIO는 “오라클의 소프트웨어는 매우 훌륭한 제품이다. 하지만 오라클은 고객의 입장을 참작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우리가 11i로 가는 것은 명확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고객 입장을 대변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