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단말기 수출부문 로열티 비율을 5% 이하로 끌어내리는 것.”
국내 한 통신장비기업 관계자가 밝힌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단말기 로열티 재협상의 목표치다. 특히 이번주 말이나 다음주 초까지 미국 퀄컴(http://www.qualcomm.com)의 재협상 제안에 대해 답변해야 하는 국내기업들로서는 내부 의견조율에 분주한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기업들이 수출 로열티 5% 이하의 결실을 따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재협상에 임하는 퀄컴의 자세가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황=퀄컴은 93년 삼성전자·LG전자·현대큐리텔(구 현대전자) 등과 로열티 계약을 할 때 우리기업에 ‘최혜대우’를 약속했다. 세계 어느곳에서 CDMA 관련 로열티 계약이 이뤄지더라도 한국기업에 최대 혜택을 보장하겠다는 것.
최근 퀄컴은 중국기업(중흥통신)과 CDMA단말기 내수 2.65%, 수출 7%로 계약을 마무리했다. 따라서 우리기업들이 중국과 대등한 수준의 로열티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퀄컴은 ‘중국식(내수 2.65%, 수출 7%)과 한국식(내수 5.25%, 수출 5.75%) 중에서 택일하라’는 상식 밖의 재협상 기준을 국내기업에 통보했다. 물론 로열티 협상이 기본적으로 기업 대 기업간 관계기 때문에 업체마다 서로 다른 조건에서 협상이 이뤄지겠지만 흑백논리에 가까운 퀄컴의 제안에 국내기업들이 당혹스러운 실정이다.
LG전자 한 관계자는 “한국식이든, 중국식이든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퀄컴이 제시한 안을 면밀히 검토해 합리적인 절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수출형 구조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산업환경에 비춰 중국식을 받아들일 수 없고 세계 최대 이동통신 수요처로 부상한 중국에 진출하는데는 한국식이 불리한 것이다.
◇전망=우선 삼성전자의 행보가 빠르다. 공식적으로 퀄컴과의 협상내용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최근 이기태 정보통신총괄대표가 어윈 제이콥스 퀄컴 회장을 만나는 등 로열티 재협상에 임하는 적극성이 남다르다. 올해를 기점으로 이동통신장비 수출비중이 정보통신총괄 매출의 80%선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로서는 CDMA 수출부문 로열티 인하가 중요한 원가절감 요소다.
LG전자와 현대큐리텔도 이동전화 보급률 포화에 근접한 내수시장보다는 해외시장에 미래를 걸고 있어 상황은 마찬가지. 따라서 수출 부문 로열티 인하를 1차 목표로 정하고 있다.
문제는 중견기업들이다. 대기업과 연계한 공동대응을 바랐으나 삼성전자·LG전자 등이 개별대응을 고수, 좌불안석이다. 대표적인 중견 단말제조업체인 세원·맥슨텔레콤마저 개별대응 방침을 굳혔다.
세원·맥슨텔레콤 한 관계자는 “퀄컴이 자국 공정거래법상의 ‘담합규제’를 근거로 한국기업간 공동대응 움직임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다”며 “결국 개별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