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중국 열풍이 분다

◆벨웨이브 양기곤 사장

 

 중국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보기술(IT) 분야의 선진 기술을 앞세워 장기 호황을 구가하던 미국이 지난해 이후 불황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고 이 여파로 유럽·일본·싱가포르 등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요즘 IMF이전보다 기업을 운영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하는 기업인들이 늘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가 불황의 늪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중국만큼은 예외다.

 미국 서부개척시대 때 엘도라도로 몰려 갔던 마이너(금광채굴꾼)들처럼 전세계 유수 기업들은 지금 젖과 꿀이 흐르는 기회의 땅 중국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중국이 2008년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이후 이같은 추세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방명주로 유명한 상하이는 더 이상 동방만의 진주가 아니다. 이미 전세계속의 진주로 비상하고 있다.

 이렇듯 전세계를 통틀어 중국이 앞으로 상당기간 전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황금시장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극심한 빈부차가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백만장자가 백만명이 넘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중국은 매력적인 시장이다. 휴대폰 하나만 보더라도 본격적으로 보급된 지 불과 3년도 채 안돼 가입자가 1억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같은 가입 증가율은 전세계 초유의 일이다. 그러나 이는 중국 전체 인구의 10%도 채 안되는 숫자다. 그만큼 시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얘기다. 모토로라·에릭슨·노키아 등 전세계 유수 휴대폰 메이커들이 중국시장 공략에 사활을 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국내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지난해 이후 벤처붐이 시들해지고 이에 따라 내수시장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이에 대한 활로를 중국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진출하기 수년전부터 면밀한 시장 조사와 많은 법률적 검토를 거치는 외국기업과는 달리 우리기업들은 중국시장 진출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외국기업들에 비해 우리가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데 유리한 면이 많다. 우선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역사적으로도 오랫동안 교역해왔던 점 등 때문에 거부감이 적다. 특히 중국의 일본에 대한 반감은 항상 국제시장에서 일본에 열세였던 우리기업들에는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비즈니스의 세계는 냉정한 법이다. 중국기업들의 핏속에는 수천년전부터 면면이 쌓아온 조상들의 탁월한 상술이 흐르고 있다.

 치밀한 사전 조사나 전략없이 경쟁적으로 중국시장 진출을 서두르다보니 기술이나 제품보다는 가격으로 승부하려는 국내 기업들간의 이전투구 양상이 빈번해지고 있다. 중국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면 쾌재를 부를 일이겠지만 한편으로는 우리 기업들을 얼마나 한심하다고 여기겠는가.

 사정이 이렇다보니 중국기업들은 전략적으로 국내 경쟁사들을 불러들여 가격경쟁을 부추기는 일을 일삼고 있다. 당연히 계약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여기에는 중국 관료들과의 꽌시(관계)를 내세워 국내기업들을 이간질하고 속이려는 브로커들의 농간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대만기업들은 자국의 다른 회사가 계약 진행중인 외국기업과는 자사가 유리하다 하더라도 절대 도중에 끼여드는 법이 없다고 한다. 또 외국기업이 자국기업들을 이용하려 하면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대응한다 들었다. 냉정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이 이야기가 과연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으나 중국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한번쯤은 귀담아들어볼 대목이다.

 중국은 우리기업들이 극복하고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이곳은 전세계 유수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장터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 남으려면 적어도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일은 없어야 한다.

 중국시장을 둘러싼 국내 기업들간의 진흙탕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자 급기야 최근에는 정부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서로 협력하고 끌어주는 페어플레이 정신없이는 중국을 절대 극복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