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주력산업인 정보기술(IT) 품목의 수출이 급감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지난 7월 한달 동안 IT산업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1%나 줄어들었다고 하니 심각한 일이다. 수출 10대 품목 가운데 이동전화단말기와 액정모니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고 반도체는 말할 것도 없다.
심각한 것은 최근에 이를수록 수출이 둔화된다는 점이다. 올해 초부터 7월까지 누계가 18.7%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 7월의 수출 감소세는 월평균 감소율의 2배 이상 되는 셈이다.
IT산업은 국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력이 작지 않아 IT수출이 활성화되지 않고는 국내 경기가 활력을 되찾기 어렵다. 수출은 투자와 함께 국내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다. 현재 우리는 내수가 극히 위축돼 기업체들의 설비나 연구개발 등 각종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투자를 통한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수출이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그런데도 IT수출이 늘어나기는커녕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IT는 대표적인 기술집약산업으로 불과 2년 전 국가경제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릴 유망주로서 기대를 모았으나 최근들어 수출이 급감하자 국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
IT 분야의 수출이 부진한 것은 세계경기가 좋지 않은 데 영향받은 바 크다. 동남아나 남미 일부 국가가 디폴트(채무 불이행) 위기에 처할 정도로 나라 살림이 어렵고 미국이나 유럽을 비롯한 선진국도 시장에 찬 바람이 일고 있다.
그러니 우리의 수출제품이 잘 팔릴 리 없다. 수출이 잘 안되는 것은 우리나라 제품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이 수출에 주력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최근 수출의 주목거리는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기업체들이 수출단가를 종전보다 낮추고 있는데도 그 규모가 줄어드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의 기업이나 국가경제는 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차적으로는 기업체들이 경쟁력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 생산함으로써 수출시장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생산원가를 비롯한 비용절감 방안 마련은 시급한 일이다.
기업체 못지않게 수출에 신경을 써야 하는 곳이 정부다. 최근 청와대에서 ‘이동통신산업 해외진출 전략회의’를 열어 수출 활성화 대책을 논의하고 각종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비교적 수출이 잘되는 품목을 가지고 전략회의를 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이보다는 수출이 부진한 품목의 수출 활성화에 주안점을 두고 수출확대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는 부처간 영역다툼으로 인해 종합적인 경기부양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일부 여론의 지적에도 귀를 귀울여 수출품의 경쟁력 확보에 걸림돌이 되는 제도가 있다면 즉시 보완 또는 개선해야 한다.
정부와 업계는 미국과 일본 등 세계경기가 동반침체 조짐을 보이는 등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대비해 세제지원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