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올해 리눅스 엑스포 경기 침체속 대기업 독무대로 그쳐

 [iBiztoday.com=본지특약] ‘소문잔 잔치에 먹을 것 없다.’ 리눅스 탄생 10주년을 맞아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모스콘센터에서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열린 ‘리눅스월드 콘퍼런스 앤드 엑스포(LinuxWorld Conference & Expo)’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다.

 이번 전시회는 리눅스 전문업체의 참여도 눈에 띄게 줄었고 관람객도 예상외로 많지 않아 썰렁한 분위기를 면치 못했으나 그나마 대기업들이 그 허전함을 채워주는 데 그쳤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리눅스 탄생 10주년을 맞아 열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았음에도 리눅스업계는 자금력을 내세운 대기업에 밀려나 씁씁한 뒷맛을 안겨줬다.

 올해 리눅스월드 전시회에서 IBM(ibm.com), 휴렛패커드(hp.com), 컴팩(compaq.com), AMD(amd.com), 인텔(intel.com), 선마이크로시스템스(sun.com) 등 대기업들의 전시관은 어느 때보다 화려한 전시관을 마련, 리눅스의 마스코트인 펭귄을 앞세워 관람객들을 유혹했으나 리눅스 전문업체들의 전시관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뜸해 썰렁한 분위기를 면할 수는 없었다.

 지난 27일 모스콘센터에서의 콘퍼런스를 시작으로 28일부터는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전시회가 개막됐다. 이번에 모스콘센터를 찾은 관람객은 지난해 새너제이 맥엔리센터에서 열린 리눅스월드와 비교하면 눈에 띄게 한산했다.

 올해 행사를 주최한 IDG는 이번 콘퍼런스에 운집할 관람객수가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로 전시회장에 모습을 나타낸 관람객은 이에 크게 못미쳐, 세계적인 경기침체를 한눈에 느낄 수 있었다.

 매크로미디어(macromedia.com)의 제시 놀러 리눅스시스템 팀장은 “지난해 새너제이 엑스포와 비교할 때 실망이 크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새너제이 콘퍼런스는 대단했다”며 “당시에는 최첨단 장비도 보고 새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어느 면에서나 리눅스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인상깊었던 회사들이 파산하는 바람에 올해는 모습을 감췄다”며 “올해 행사는 새로운 기술추세보다는 자금력이 탄탄한 대기업체들이 그나마 엑스포를 지탱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의 제이 스피로 유닉스시스템 관리자도 지난해 리눅스월드와 비교해 참관업체들의 경품이 많이 줄었다고 거들었다.

 그는 “예전에는 전시장을 한바퀴 돌면 가방·볼펜 등 여기저기서 제공하는 경품을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그러나 올해는 경품이라고는 고작 펜이나 셔츠 정도였다”며 아쉬움을 나타났다.

 지난해 새너제이 리눅스월드에는 200여개 업체, 앞서 열린 뉴욕 리눅스월드에는 185개 업체가 참가했다.

 주최측에 따르면 올해 리눅스 행사에 참가한 업체들도 지난해와 비슷한 200여개사에 이르고 있어 큰 차이는 없는 듯 보인다. 그러나 현장을 가본 사람은 그동안 이어졌던 리눅스 특유의 열기가 상당히 가라앉았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올해 리눅스월드의 가장 큰 특징은 대기업들의 전면적인 부상이다. IBM·휴렛패커드·선마이크로시스템스·컴팩 등 하이테크 대기업들이 전시장의 중심축을 차지하며 리눅스를 이끄는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휴렛패커드의 경우 스테레오 컴포넌트인 ‘HP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센터’를 이번 행사에서 선보였다. 이 제품은 리눅스 축소 버전을 선마이크로시스템스 자바 기술의 HP식 변형기술과 통합한 것이다. 이 회사는 시스템관리 소프트웨어의 리눅스 버전과 리눅스에 첨단 보안기능을 추가시킨 3000달러짜리 패키지도 내놓았다.

 반면 초기 리눅스 선두주자 가운데 아직 살아있는 업체들은 대기업의 화려한 전시관에 밀려 주눅든 모습이 역력했다.

 한편 리눅스 제품은 마이크로소프트 서버 제품의 보안결함에 불안을 느끼는 기업들로부터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IBM도 기자회견에서 올해 유닉스 클론인 리눅스 개발에 1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히고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자사 리눅스의 새로운 고객사들을 소개했다. IBM은 시큐러티스인더스트리오토메이션(siac.com)과 이 회사의 자회사인 섹터(sector.com)가 자사 메인프레임으로 옮겨, 리눅스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큐러티스인더스트리는 뉴욕 증권거래소의 자회사로 증권 브로커들을 위한 증시거래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업체다.

 뉴욕 리눅스월드나 새너제이 엑스포에서 발표됐던 리눅스의 확산을 위한 신규기술이나 정책 등이 이번 행사에서는 제시되지 않았던 점도 올해 리눅스월드가 남긴 아쉬움이다.

 <테리리기자 terry@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