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iztoday.com=본지특약] 닷컴 몰락으로 해고와 도산이 줄을 잇는 가운데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기업과 개인의 파산신청이 크게 늘고 있으나 실리콘밸리에서는 오히려 파산신청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파산연구원(abiworld.org)에 따르면 미 전역에서 기업 및 개인이 낸 파산신청은 지난해 6월 이후 1년 동안 8.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올해 파산신청 건수는 총 142만9451건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 98년 수준을 능가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이후 1년 동안 새너제이·샌프란시스코·오클랜드 등 캘리포니아주 북부지역에서 접수된 파산신청 건수는 오히려 1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가 다른 지역과 대조적인 현상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파산신청이 경제활동의 후행적 지표로 나타나 경제의 변화가 단기적으로 파산신청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와 다른 견해도 있다. 새너제이의 마릴린 모건 파산 담당 판사는 “실리콘밸리는 일반적으로 다른 지역과는 다른 추세를 그동안 보여왔다”며 “지난 수년 동안 실리콘밸리에 수십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됨으로써 안전판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베이지역(샌프란시스코만 주변의 실리콘밸리)의 파산신청이 감소한 이유는 또 있다.
이 지역의 파산 전문가들은 우선 베이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지난 몇년 동안 급등면서 파산위기에 직면한 주택 소유자들이 집을 처분해 부채도 갚고 새 사업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자금도 마련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이다.
주택이 없는 사람들은 이 지역의 높은 물가를 견디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직장을 찾아 옮기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결국 파산에 이르렀을 때는 실리콘밸리가 아닌 새로 이주한 지역에서 집계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
또한 닷컴업체를 비롯한 많은 하이테크업체들은 자산이 거의 없기 때문에 파산을 신청할 이유도 없다는 것이다.
온라인 슈퍼마켓 웹밴(webvan.com) 등 대형업체 가운데는 세제혜택 등에서 유리한 델라웨어 등 다른 지역에서 법인을 설립한 경우가 많아 파산을 하더라도 해당지역에서 할 수밖에 없다.
오클랜드의 레슬리 차이코프스키 파산 판사는 “파산신청이 뒤늦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경기침체가 곧 끝날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서둘러 파산신청을 낼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개인뿐만이 아니다.
파산 전문 변호사들은 연말에 이르면 중소기업들이 위기에 봉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들이 컴퓨터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지출을 줄이면서 이들과 동반관계인 중소 협력업체들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새너제이의 찰스 그린 파산 전문 변호사는 “이들 중소업체들은 경기가 연말이나 늦어도 내년까지는 호전될 것이라는 믿음 하나로 버티고 있다”며 “그러나 4개월 후에는 자금이 고갈돼 존폐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코니박기자 con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