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주파수 대신 적외선을 이용한 근거리 네트워크 기술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독일의 카셀대와 시젠대 등에서 기존 적외선 기술의 단점을 개선, 근거리 네트워크에 적용하는 기술을 연구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대부분의 네트워크에는 송신기와 수신기간에 장애물이 없고 거리가 가까워야 하며 도달 거리가 짧다는 단점을 갖고 있는 적외선 대신 주로 무선 주파수를 사용해왔다. 적외선을 천장 등에 반사, 비산시키는 방법으로 적외선이 장애물을 우회할 수 있도록 한 네트워크 장비도 등장했으나 비산된 빔이 반향현상(echo)을 일으켜 데이터 손실이 발생하고 네트워크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의 전기공학 교수인 모센 케이브래드 박사와 동료인 스베틀라 지브코바는 큰 격자를 이루는 가느다란 빔을 만들어주는 홀로그래픽 필터로 적외선의 반향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을 개발, 특허출원을 추진중이다.
이들은 이 기술이 초당 2G비트로 데이터를 전송, 케이블 모뎀보다 1000배나 빠르면서도 전송 실패율은 적다고 주장했다.
케이브래드 박사는 “무선 주파수는 적외선과 성능으로 경쟁할 수 없다”며 “여러 개의 적외선 빛을 만들어 내드는 것은 돈도 적게 들고 간단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필 굵기의 빔은 신호를 빠르게 보낼 수 있도록 해주며 하나의 빔에만 의존하지 않아도 돼 이동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의 카셀대과 시젠대의 연구원들은 빔의 격자를 만드는 대신 반향과 간섭에서 신호를 구분해내는 수신기의 감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적외선 네트워크가 노트북에서 영상회의를 위해 비디오 스트림 데이터를 동시에 주고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빠르다고 강조한다.
펜실베이니아 팀과 독일 팀들이 적외선을 이용한 네트워크 연구개발에 매달리고 있는 것은 적외선이 무선 주파수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선 주파수는 각국에서 엄격히 규제하기 때문에 하나의 주파수만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해야만 해 대역폭이 좁은 반면 자외선은 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대역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주파수를 높여야 하는데 이는 장비 제조 단가를 높이게 된다.
장애물을 통과할 수 없다는 적외선의 단점은 반대로 적외선 장비가 인근 다른 장비 신호의 간섭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기도 한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보안과 해킹 등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
물론 적외선 기술의 미래를 여전히 어둡게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버클리대의 전기공학과 교수인 조셉 칸은 지난 10여년간 적외선 네트워킹을 연구해 오다 연구분야를 바꾸었다. 그는 “새로운 네트워킹 장비를 가장 처음으로 도입하는 기업이나 학교가 각 방마다 액세스 포인트를 설치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적외선 기술에는 기술적인 장점이 있으나 불행하게도 상용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적외선은 인간의 눈이나 다른 부분을 망가뜨리지 않는다”며 이동전화 단말기 등의 장비에 사용되는 무선 주파수의 에너지는 인간의 건강에 위험하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