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인터넷과 개인의 편협화

 ◆원유집 한양대 전자전기컴퓨터 공학부 교수 yjwon@ece.hanyang.ac.kr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 세계 최고. 국민 평균 인터넷 사용시간 세계 최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투자, 그리고 우리 국민의 문화적 성향까지 맞아떨어져 인터넷에 관련해서는 우리나라가 여러 부분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제까지 우리사회는 인터넷 기술의 발전, 저변확대, 그리고 이를 이용한 수요, 수익 창출을 향해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그러나 이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좌우를 보면서 디지털 혁명이라는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차분히 살펴볼 시기가 되지 않았나 한다.

 인터넷이 개인에게 무궁무진한 정보와 폭넓은 지식, 그리고 생활의 편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 사이트에 푹 빠져 사는 중고생들, 컴퓨터 게임에 빠져 부모님이 잠들기만을 기다리는 학생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모임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들을 보면 인터넷이 가지는 사회적 측면에 대한 좀더 진지한 대응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전통적인 매체인 신문, 방송과 인터넷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신문, 방송의 사용자는 수동적인 개체인데 반하여 인터넷에서는 사용자가 능동적인 개체다. 구체적으로 인터넷 사용자는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자신만의 정보 체계를 아주 선별적으로 용이하게 구성할 수 있다. 자주 보는 사이트를 컴퓨터의 즐겨찾기에 모아두는 것이 그 간단한 예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미디어 필터링 기술은 인터넷 상에서 정보의 선별적 취득을 더욱 용이하게 해주고 있다. 미디어 필터링 기술이란 인터넷에 있는 엄청난 양의 정보 중에서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만을 자동적으로 추출하여 사용자의 취향, 개인적 흥미에 따라 구성해 주는 기술이다. 이러한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이로 인한 개인의 인터넷 사용 형태의 변화는 기술적으로는 진일보한 것임에 분명하나 이로 인해 개인을 편협된 정보의 벽안에 고립시킬 수 있다는 점을 절대로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고대 그리스의 직접민주주의, 즉 모든 것이 직접 투표로 이뤄지는 민주주의 형태(디지털 민주주의)로의 회귀가능성이 심심치 않게 언급되고 있다. 전국민 대부분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면 실제로 인터넷을 이용하여 투표를 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미국 대통령을 직접선거로 뽑는다, 투표함은 어떻게 옮기지, 공신성은 어떻게 보장하지, 개표는 어떻게, 이런 모든 문제들은 온라인 투표를 이용하면 아주 손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의 이러한 기술적 편리성에도 불구하고 과연 디지털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인가에는 많은 학자들이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시카고 대학 법학과의 선스타인 교수는 민주주의의 전제 조건으로 대중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의 존재와 개인이 편협되지 않은 다양한 사상과 의견을 접할 수 있는 구조를 들면서 인터넷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너무도 편리하게 맞춤화되는 인터넷의 발달된 정보 검색 내지는 정보 전달 체계가 오히려 개개인을 조그만 사고의 영역 안에 가둬 버림으로써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인 ‘공유된 어느 정도의 상식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탠퍼드대학 사회학연구소(SIQSS:The Stanford Institute for the Quantitative Study of Society)의 보고서에 따르면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실제’ 사람을 만나고 친구나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인터넷이라는 기술혁명이 상호 의견교환 및 정보전달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발전시켰으나 이로 인해 개개인의 사고가 사이버 공간상에서 편협화되고 상식이라는 사회를 이루는 공통분모에서 이탈되는 역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21세기를 인터넷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터넷, 사용자가 그것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그리고 이성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사고체계가 편협화될 수도, 폭넓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상기해야 하며 더욱이 자라나는 우리의 2세들에게는 이의 사용에 대해 보다 진지하고 사려깊은 지도가 있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