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월드]대면거래 亞 EC확산 `걸림돌`

◆밥 헤이워드 가트너 아·태본부 부사장

아시아 지역에서 전자상거래(e비즈니스)는 앞으로 급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에게 직접 상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B2C의 경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 규모가 올해 약 175억달러에서 오는 2004년 약 81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에는 아직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물건을 구입하는 대면 거래 관행이 남아 있어 전자상거래 확산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 전자상거래 활동은 이처럼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선 긍정적인 면부터 살펴보자. 아시아를 여행해본 사람이라면 최신 브랜드의 제품과 기술 장비들을 갖고 싶어하는 중산층들의 욕구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많은 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정보기술(IT)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이들 중에 일본, 한국, 대만, 싱가포르는 IT관련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으며 인도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주도하는 국가로 등장하고 있다. 또 중국도 최근 새로운 기술 국가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는 조달 업무의 개선이나, 전자장터(e마켓플레이스) 참여, 공급망 자동화를 위해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는 뒤떨어져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아시아는 세계의 어떤 지역보다도 민족, 종교, 언어, 정치, 역사, 기상, 지리, 문화적인 다양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대만의 무선 통신기술, 싱가포르의 광대역 통신에 흥분할 수도 있지만 수억에 달하는 아시아인들이 아직도 읽고 쓰기를 못하며 전화를 한 번도 걸어본 경험이 없거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

 다행히 웹에 접속하고 읽고 쓰기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아시아 지역에서 인터넷에서 구매를 할 정도의 수입을 올리고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거의 2억2000만에 달하지만 웹에 접속하여 온라인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수단을 갖고 있는 인구는 100만명에도 못 미친다.

 아시아의 많은 국가들이 정부의 통제로 인해 인터넷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7월 한달 동안 2000곳 이상의 인터넷 카페가 폐쇄됐으며 다른 몇 개 국가의 인터넷 이용자들도 항상 자신의 행동을 누군가 감시하고 있을 것이라는 걱정을 하며 살고 있다.

 아시아에서 거래되는 제품과 서비스의 공급, 유통 및 서비스는 수많은 중소 기업들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대만의 전자제품 생산은 1만4000개 이상의 기업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소 기업들이 웹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변신하는 능력은 대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 비해 뒤처진다. 아시아 지역은 이들 기업을 교육하고 이들이 필요한 조정을 하는 것을 돕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딜레마를 더욱 풀기 어렵게 만드는 것은 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조차 특정 업종이나 소규모 국내 시장을 제외하고는 잘 알려진 브랜드를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인터넷에서의 성공은 브랜드에 의해 좌우된다. 인터넷 사용자들은 아마존과 e베이와 같은 사이트에서 리바이스나 나이키 같은 제품들에 이끌린다. 상거래가 점점 세계화됨에 따라 글로벌 브랜드가 시장을 장악하면서 지역 기업과 제품들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근본적으로 아시아 문화와 서구 문화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으며 이러한 차이는 B2C 및 B2B 상거래 모델의 신속한 수용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에서는 사업이나 상거래가 매우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바로 얼굴을 맞대고 상거래를 하는 것이다.(FTF(Face-To-Face) 상거래)

 소비자들은 자신의 부모들이 이용했던 것과 동일한 상점에서 물건을 구매한다. 아시아인들이 일부 온라인 서비스를 위해 이런 오랜 관습을 쉽게 버릴 것 같지는 않다.

 전자 업종에서 온라인 조달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던 최근의 시도는 FTF로 인해 생기는 B2B 상거래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호주인들은 이 시스템을 통해 기꺼이 전체 조달을 수행하고자 했다. 싱가포르에서는 시범적으로 연간 조달의 15%를 이 시스템을 통해 수행하려 했다.

 하지만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는 기업들이 줄줄이 탈퇴함으로써 실패하고 말았다. 아시아 지역의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화적 차이점부터 분명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