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와 802.11b는 맞수인가.’
무선 LAN이 전세계적으로 대중화 바람을 타면서 상대적으로 블루투스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여기에 최근 인텔의 한 고위임원이 블루투스에 대해 “이미 무선 네트워크 표준 싸움에서 졌다”고 표현한 것을 계기로 국내외 관련 업계에서 블루투스의 전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인텔 통신그룹 제너럴 매니저인 숀 맬로니 부사장은 최근 인텔 개발자 포럼에서 “블루투스는 이미 졌다”며 “이동전화단말기, 노트북PC 및 다른 다양한 기기로 하여금 무선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하고 웹에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데 있어 블루투스는 앞으로도 주류가 되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MS가 윈도XP에 블루투스 대신 무선 LAN을 지원하기로 한 결정에 이어 이번 인텔 부사장의 발언으로 블루투스를 개발해온 다국적기업들이 블루투스에 사실상 등을 돌리고 있다는 게 입증됐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국내에서도 블루투스와 무선 LAN 양쪽에 관심을 가져온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등 거대 통신사업자가 잇따라 무선 LAN 서비스 준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블루투스 시장이 꽃이 피기도 전에 시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블루투스 관련 업계는 끊임없이 난무하는 비관론 내지 낙관론에 대해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블루투스 전화기 및 액세스포인트 개발업체인 하스넷의 최호준 사장은 “블루투스는 여전히 갈 길을 가고 있다”면서 “블루투스에 대한 장밋빛 전망만큼 극단적인 비관론도 신경쓰지 않는다”는 초연한 태도를 보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박성수 팀장도 “영국에서 교통카드 대신 블루투스를 도입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블루투스 상용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비관론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인텔의 이번 발언을 둘러싸고 해외 각국에서도 비난의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ARC 어드바이서리그룹의 딕카로 부사장은 “블루투스 개발에 힘써온 적이 없는 인텔의 발언이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라면서 인텔이 최근 무선 LAN 사업을 강화하면서 블루투스를 의도적으로 폄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커넥트블루사의 한 관계자는 “블루투스는 LAN기술이 아니며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각종 정보통신기기를 연결하는 무선통신수단”이라며 “무선 LAN과 블루투스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성수 팀장 또한 “인텔의 이번 발언에 대해 세계 각국에서 비난의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며 “블루투스와 무선 LAN은 비교대상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