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 컨소시엄 참여 중소·벤처업체들 "출연금·납입 자본금 재투자 조기 집행"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컨소시엄에 참여한 중소·벤처기업들이 기납입된 출연금과 컨소시엄 지분에 따른 자본금을 정부나 사업자들이 선투자방식으로 조기 집행해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다.

 IMT2000에 참여한 중소·IT벤처들의 이같은 요구는 국내 IT업계가 유례없는 경기불황에 접어듦에 따른 것으로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나 사업자들의 긍정적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KT아이컴, SKIMT, LG텔레콤 그랜드컨소시엄 등 3개 사업자에 참여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 수는 대략 1500여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들이 낸 출연금 및 납입자본금은 줄잡아 1조4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이는 각 업체별로 적게는 10억원에 이르는 돈이 당초 예상과 달리 현실적인 사업과는 무관하게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는 불투명한 IMT2000 사업에 사실상 묶여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풀이되고 있으며 IT경기에 숨통을 틔여주기 위해서는 정부나 사업자들의 선투자는 사실상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부분 업체들이 독자적인 장비, 기술 개발과 솔루션 아이디어를 주 무기로 삼고 있다는 측면에서 이들 개별업체가 10억원 가량의 묶인 돈을 안고 있다는 것은 업체 차원의 어려움을 넘어 중소·벤처산업 전반의 암초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 벤처업체 사장은 “개별적으로 아무리 우수한 콘텐츠 및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잡고 있다해도 현실적인 자금난에 걸려 사업유지를 고민하는 처지에 빠져있다면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며 “정부나 사업자들이 출연금과 사업자본금의 공공성을 고려해 제때 다시 푸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벤처기업 사장은 “IMT2000에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모 통신사업자 대표가 해당 IMT2000법인대표에 ‘할 일도 없는데 직원들을 1, 2년간 해외에 유학시키는 게 어떠냐’는 농담을 건넨 것으로 알고 있다”며 “IT중소·벤처기업의 자금을 빨아들인 통신사업자는 한가할지 몰라도 IT중소·벤처기업은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주장했다.

 IMT2000에 참여한 대부분의 중소·벤처업체들은 정부 출연금의 경우 공공프로젝트를 조속히 집행해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으로든 IMT2000 원천기술 확보 차원의 중소·벤처 특별지원자금 형식으로든 조기에 풀려지기를 희망하고 있다.

 정부가 경기부양과 기업들의 자금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이때 IMT2000 출연금의 용처가 더욱 분명해져야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IMT2000 비동기 2개, 동기식 1개 사업자의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연구개발(R&D) 자금지원 및 투자도 시급히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벤처기업 사장은 “서비스 상용화가 지연된다고 해서 IMT2000 사업자들의 R&D투자도 하염없이 늦어져서는 안된다”며 “IMT2000 관련 핵심기술의 요체를 쥐고 있는 중소·벤처가 서비스 완성도를 높이는 개발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IT중소벤처기업연합회(PICCA·회장 김성현)는 이러한 대다수 중소·벤처기업의 상황적 요구를 수렴해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초 청와대와 정통부에 업계 공통의 건의문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