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칼럼>정보통신표준화가 최우선 과제

 ◆조영현 한국통신 통신망연구소장 yhcho@kt.co.kr

 

남북간 교류협력은 경제적 이익창출뿐만 아니라 통일 후 예견되는 남북간 동질성 회복문제를 조기에 경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정보통신 산업은 전체산업의 하부구조로 산업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남북한의 물리적 접촉을 배제한 상태에서도 교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남북교류 활성화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보통신의 교류협력은 이처럼 다방면에 걸친 남북교류·협력을 유도하고 중장기적으로 통일비용을 분산하며 정보교류를 통해 남북 상호간의 이해 증진을 유도하므로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 정보통신 인프라의 미비와 바세나르협약 등에 의한 국제적 제재, 국내의 관련 법·제도적인 한계, 교류 지원창구의 부재 등으로 정보통신 교류에 많은 난항이 예상된다.

 남북간 정보통신 수준의 격차도 문제지만 기술기반을 이루는 표준의 괴리도 정보통신의 공동 발전에 큰 문제점으로 대두될 것이다. 정보통신 표준의 공동화를 위해서는 우선 기술적 표준, 서비스의 표준, 장비의 표준 및 용어의 표준에 대한 연구가 추진돼야 한다.

 반세기가 넘는 분단 기간 동안 남과 북의 언어는 사회 전반적으로 서로 각각 발전하여 이제는 일반 대화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전문용어의 이질감은 관련 산업의 교류협력을 실제적으로 추진하는데 있어서 장애가 될 수 있으며 향후 남북이 통일되었을 때 서로 다른 전문용어에서 오는 혼란은 경제적인 손실까지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통신 분야의 전문용어는 다변화·다양화되고 있으므로 상호간 용어 불일치로 인한 장애요소를 없애기 위하여 이를 통일시키고 남북이 공동으로 표준용어 규범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관련 연구자들이 개인적인 입장에서 남북한 공동 용어 사전을 발행한 적은 있었으나 단편적이었고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용어의 통일을 위한 관련 연구가 거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때늦은 감이 없진 않지만 지금부터라도 남북 양측이 서로 성의를 가지고 협력한다면 큰 성과를 거둘 만한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본다.

 남북간의 정보통신의 표준화는 곧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통신교류를 원활하게 하고 더 나아가 통신통합의 기초를 다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통일비용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표준 통합에 소요되는 비용은 그 시기에 따라 좌우되지만 전체적으로는 표준이 완성되는 시기가 빠르면 빠를수록 적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고 반대로 시기가 늦어지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될 것이다. 또 외국의 장비제조업체나 통신사업자가 북한의 통신시장을 선점하게 되면 남북한간의 표준 통일에는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이다. 이런 사항들을 고려할 때 남북한간의 관계개선, 특히 통신교류를 추진하면서 통신 관련 표준의 통일은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항이다.

 다행히 현재 관계기관에서는 표준 통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여 주도로 한국통신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가 공동으로 남북한 정보통신의 표준 통일방안에 대한 연구를 계획·추진하고 있으며 남북IT 민간협력협의회에서도 표준분과를 구성하고 많은 사업자들이 참여하여 정보통신·정보기술의 표준 통일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표준에 관한 연구 및 사업이 짧은 기간에 이익을 창출하는 등 가시적이고 직접적인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관련 사업의 추진시 시행착오를 최소로 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큰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정부와 관련 기관, 사업자들은 이를 염두에 두고 계속적으로 남북한 간의 통일된 표준안을 수립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