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조합 출자를 위해 요즘 들어오는 해외 자금요. 그거 빛 좋은 개살굽니다.”
요즘 결성되는 해외 매칭펀드에 대한 이런 혹평의 근거는 이들 매칭펀드에 따라붙는 이면 계약서 때문이다.
최근 벤처캐피털업계는 사면초가에 봉착해 있다. 투자재원 부족, 코스닥시장 침체, 투자사들의 도산, 투자회수기간의 장기화 등.
이중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가 투자재원 부족이다. 창투사 투자재원은 자기계정과 투자조합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이중 자기계정 투자의 경우 자본금 100억원 규모의 회사들에는 투자에 한계가 있어 사실상 투자조합의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경기위축으로 기업들이 출자를 꺼리면서 벤처투자조합 결성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정부에서 출자하는 자금을 통한 민관매칭펀드 결성으로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국내 시장이 어려움을 겪다 보니 자연스럽게 벤처캐피털들은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고 해외 자본들은 이 같은 국내 사정을 간파, 무리한 조건을 내걸고 있는 실정이다.
벤처캐피털업계에서 이야기하는 해외 자본 매칭펀드의 조건은 상식을 넘어선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부분 손실보장조건은 기본이고 터무니없는 수익률, 중간환수 보장 등의 이면계약서가 따라붙는 게 관행이 돼 버렸다.
하지만 국내 벤처캐피털들은 이 같은 조건을 수락할 수밖에 없다. 결성하려는 펀드에 해외 자본이 있어야만 정부자금이든 민간자본이든 유치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모 창투사의 경우도 독일 쪽 회사로부터 자본을 유치하려 했으나 이 같은 터무니없는 이면 조건을 내걸어 협상을 중단했다고 한다. 3∼5년 후 이 자금은 독약이 돼 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만을 욕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이 같은 조건을 내거는 자본주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공기업이나 대기업들까지 있다는 소문이다.
경기가 위축되면 상식이 통하지 않고 시장이 혼탁해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달다고 해서 독약을 삼키지는 말아야 한다.
일부 회사들이 이 같은 조건을 받아들여 자본을 유치한다면 해외 자본들은 한국 시장에서 이 같은 조건을 일반화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벤처투자조합은 고수익이 가능한 만큼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도 출자자가 져야 하는 게 기본이며 건전한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규칙이다.
벤처캐피털업계가 눈앞의 이익을 좇아 스스로에게 칼을 겨누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