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세계에서 상표이름(브랜드) 가치가 가장 높은 것은 코가콜라다. 평가기관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350억달러 정도는 인정받는다. 세계 1위의 브랜드를 미국이 지니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몹시 못마땅해 하는 나라가 있다. 바로 영국이다. 영국은 브랜드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19세기까지는 그랬다. 호비스나 립튼같은 세계 일류 브랜드를 그들이 지니고 있었다. 명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를 배출한 지도 벌써 50년이 지났다. 그러니까 영국은 최근 반세기 동안 세계적인 브랜드를 단 하나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된 것은 19세기를 기점으로 세계 경제의 주도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옮아간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영국의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 대학보다도 미국의 하버드나 예일을 더 쳐주는 세태와 비슷할 것이다.
어쨌든 지금은 독일의 BMW나 미국의 포드, 일본의 소니·미쓰비시, 심지어 한국의 삼성 등이 세계 일류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그런데 서양의 브랜드와 동양의 브랜드를 잘 살펴보면 차이가 있다. 서양의 브랜드는 대부분 하나의 상품명이다. 호비스는 식품이며 코카콜라는 그야말로 콜라가 주이다. 그렇지만 동양의 브랜드는 복합적이다. 가령 일본의 미쓰비시는 전자제품에서 자동차·은행·섬유 등 다양한 업종에 걸쳐 있다. 삼성 브랜드는 더하다. 전자에서 중공업·경공업 등 거의 전 산업과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골프 선수인 박세리의 모자에는 삼성 브랜드가 붙어있다. 바로 ‘메이드 바이 삼성(made by samsung)’을 광고하는 것이다. 복합적 브랜드를 채택할 경우 다양한 회사에서 제품이 쏟아져 나오다 보니 동일한 브랜드일지라도 질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회사는 일정 수준에 이르지 못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품질을 관리함으로써 그 브랜드의 ‘평균 수준’은 맞추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히 브랜드 이미지가 올라가 소비자들은 미쓰비시나 삼성 브랜드를 보면 일정한 신뢰를 보낸다.
서양인들은 동양적 브랜드 관리방식이 자기네들과 다른 데 대해 처음에는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그러다가 그것이 승수효과를 내자 이내 흉내내기 시작할 정도였다.
그런데 동양의 기업은 이러한 브랜드를 관리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브랜드 관리를 한 것은 삼성뿐만 아니라 현대나 대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현대나 대우도 코카콜라보다야 못하겠지만 세계에서 유명한 브랜드 가운데 하나로 충분히 꼽혔다.
그런데 수십년 동안 적지않은 노력과 자금을 들여 쌓아올린 대우나 현대 브랜드는 최근에 이르러 사망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재벌해체 여파로 기업이 부실해지면 브랜드 관리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과잉·중복투자라는 이유로 정부에 의해 구조조정이라는 조치를 받은 대표적인 기업인 현대의 하이닉스도 현재 생과 사의 기로에 서 있다. 채권단에 운명이 맡겨져 있는 하이닉스는 그 결정이 어떻게 나든 부채가 워낙 많아 단기간에 회생하기란 쉽지 않은 것 같다.
이같은 결과에 이르자 많은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빅딜을 했느냐고 정부에 화살을 돌리고 있지만 그런다고 해서 쏟아진 물을 주워담을 수는 없는 일이다.
현대나 대우라는 브랜드의 명성은 세계 무대에서 결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러한 브랜드가 완전히 사망한다면 세계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가 그만큼 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수출시장에서의 큰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제 그 유명 브랜드를 완전히 잃어버린다면 무엇으로 그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박재성 js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