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업계의 새판짜기

 

 미국 휴렛패커드(HP)가 세계 PC시장 2위 업체인 컴팩컴퓨터를 인수합병해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로 등장한 것은 세계 IT시장 재편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

 HP가 컴팩컴퓨터를 인수합병한 것은 최근의 세계적인 경기둔화 및 컴퓨터 수요 감소에 따른 생존전략 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우리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HP는 수익성이 떨어져 경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컴퓨터시장에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새판짜기로 주도권을 잡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아래 이번에 빅딜을 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세계 최고가 되지 않고서는 장기불황의 늪에서 자력으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세계 PC시장 2, 3위 업체가 살아남기 위해 빅딜을 했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이번 두 업체의 새판짜기는 세계 IT시장뿐만 아니라 국내시장에도 직간접적으로 상당한 파급효과를 불러 일으킬 것이다.

 물론 양사의 합병이 이 분야의 점유율 수직상승으로 연결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 일부에서는 미국의 장기호황을 주도했던 IT산업이 가라앉고 있는데다 세계 PC시장도 포화상태인 점을 들어 빅딜로 인한 시너지효과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는 다소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지속돼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질 경우 생존을 위한 세계 굴지의 IT업체간 새판짜기는 잇따를 것이고 이는 곧 IT업계의 지각변동을 가져온다는 점이다. 1등만이 살아남는다는 냉엄한 현실을 이번 두 업체의 인수합병을 통해 자각하고 이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갈수록 치열해지는 IT시장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쟁력 확보를 위한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방안을 재삼 강구해야 한다.

 컴팩코리아와 한국휴렛팩커드가 합병할 경우 국내 시장지배력 확대에 총력전을 펼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국내업체들이 당장 어떻게 시장지배력을 방어하느냐도 고민해야 할 점이다.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의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반도체 가격까지 폭락해 제2의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그만큼 세계경제가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외부의 잇따를 것으로 보이는 빅딜이나 경기악화에 대비해 구체적으로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 할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만약 이같은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시장재편의 회오리 속에서 계속 경영악화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자칫하면 기업의 생존조차 위협받게 된다.

 기본적으로 기업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고 기술개발과 품질개선 등 최악의 사태를 가정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IT업계의 시장재편이나 빅딜의 거센 회오리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흔들림없이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제2의 도약을 이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