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렛패커드(HP)와 컴팩컴퓨터의 주가가 합병 발표 소식 이후 이틀 연속 추락세를 면치 못했다. 또 HP-컴팩 합병은 다른 미국 IT업계의 도미노 합병을 초래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IBM을 겨냥한 양사의 합병은 특히 IT 서비스와 서버 시장에서 격전을 예고하고 있다.
양사 합병으로 전세계에서 1만5000명의 인원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데 이중 양사간의 사업 중복이 많은 아시아 지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HP와 컴팩의 주가는 4일(이하 현지시각)에 이어 5일에도 기관투자가들이 합병사의 앞날에 회의를 보임에 따라 하락세를 보였다. 기관투자가들은 피오리나가 합병사의 IT 서비스 사업이 장밋빛이라고 전망한 데 대해 회의적 반응을 보이며 양사 주식을 대거 매각했다.
이에 따라 합병 발표 당시 추정됐던 250억달러의 양사 합병 규모는 4일 203억달러로 47억달러가 날아갔다가, 5일에는 197억달러로 다시 6억달러가 줄어 들어 합병 규모액이 발표 당시보다 53억달러나 작아졌다. 5일 HP 주가는 전날보다 3.5%(66센트) 하락한 18달러 21센트, 그리고 컴팩은 6.1%(67센트) 떨어진 10달러 41센트를 기록했다. 4일에도 HP와 컴팩은 각각 19%와 10%의 주가 하락을 보였었다.
○…6일 로이터 등 외신은 HP-컴팩 합병이 다른 IT업계의 ‘도미노 합병’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미국 IT업계가 HP-컴팩 합병을 계기로 마침내 통합 시점이 무르 익었다는 것.
시장 전문가들은 그 근거로 항공우주업체 록히드사가 95년 마틴마리에타사를 인수하고 98년 자동차메이커 크라이슬러와 다임러가 합병한 이후 업계에 합병 도미노가 불어닥쳤다고 제시하며 이번 HP-컴팩 합병도 비슷한 바람을 몰고 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투자전문지 하이테크스트래티지스트의 프레드 히키 편집장은 “이미 포화상태의 테크놀로지시장이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소수 업체만이 견딜 수 있는 상황”라고 분석했다. 아직 통신부문을 제외하면 HP-컴팩과 같은 대규모 빅딜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으나 컴퓨터 하드웨어 업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 업체간의 결합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이코노미닷컴(Economy.com)의 최고경제평론가 마크 잔디는 “HP와 컴팩의 합병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언급하며 “내년에는 더 많은 통합이 발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어스턴의 유명한 애널리스트 앤디 네프도 “IT업계의 통합이 이제 무르익었다”고 설명했다.
○…HP와 컴팩의 합병은 순전히 IBM을 따라잡기 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IT서비스 분야는 IT시장의 마지막 캐시플로(황금 시장)로 여겨지고 있어 합병사와 IBM과의 서비스 시장 경쟁은 전쟁을 방불케 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최대 IT 서비스업체인 IBM은 올 2분기 컨설팅 매출이 87억달러를 기록, 회사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반면 HP는 18억달러로 회사 매출 중 15%, 컴팩은 17억달러로 20%에 그치고 있다. HP와 컴팩의 서비스 매출을 합치면 35억달러로 아직 IBM의 절반도 안된다.
그리고 HP와 컴팩의 매출은 보수, 유지, 관리 등 비교적 수익성이 적은 분야에서 나오는 반면 IBM의 서비스 매출은 회사의 전산시스템을 완전히 재편하는 고수익의 컨설팅 분야에서 나오고 있다. HP와 컴팩의 서비스 인원을 합치면 6만5000명인데 이중 4만명은 수리·보수 인원, 1만명은 아웃소싱 인력으로 고부가를 창출하는 컨설팅 인원은 1만5000명밖에 안돼 IBM보다 훨씬 적다.
○…합병사와 IBM은 PC보다 수익성이 서버 시장에서 더 격렬하게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에 따르면 2분기 세계 서버 매출은 1분기에 비해 7% 떨어지는 등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데 이 기간 중 합병사 서버 점유율은 27.3%로 IBM의 27.7%보다 0.4% 포인트 적은 실정이다. 합병사가 0.4% 포인트를 따라잡기 위해 대규모 공세를 벌일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
○…합병사는 앞으로 1만5000명 정도를 감원할 예정인데 특히 사업부서 중복이 많은 아시아가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양사 모두 싱가포르에 아시아 본부를 두고 있어 싱가포르의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하다. 현재 컴팩은 아시아 지역을 중화권, 일본, 기타 지역 등 3개권으로 나눠 관리하고 있는데 반해 HP는 제품 라인에 따라 아시아 지역을 나누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