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시대는 가고 테라시대가 도래한다.’ 국내 최대 인터넷사업자인 한국통신이 올해초 테라비트 라우터에 대한 성능시험을 실시했으며, 얼마 전 삼성전자는 국내 최초로 테라비트급 라우터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테라비트 라우터는 내부 스위칭 용량이 테라급에 이르는 제품을 말한다. 이 테라비트급 라우터를 사용하면 기존 라우터 장비에 비해 훨씬 빠르게 트렁크의 용량확장 및 속도·접속장애에 대처할 수 있으며 보다 안정적으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자를 지원할 수 있다. 세계적 IT시장조사업체인 캐너스인스탯그룹(http://www.instat.com)이 테라비트 네트워킹을 분석 전망한 최신 보고서를 소개한다. 편집자
◇테라비트 네트워킹(Terabit networking)이란=테라비트 네트워킹은 테라비트 라우터와 고속 접속기능(광케이블)을 갖춘 기기를 사용함으로써 엔드유저에게 높은 대역폭을 제공, 강력한 정보 백본을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 테라비트 라우터는 10Gbps 이상의 전송률을 갖춘 고급형 라우터인데 평균 판매가가 282달러 이상을 호가한다.
테라비트 라우터는 초당 10기가비트의 데이터를 전송하지만, 스위칭 부분은 10Gbps에 이르는 전송률의 2배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한다. 현재 출하되고 있는 10Gbps 라우터 대부분은 슬롯에 카드를 모두 끼운 채 공급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종류의 라우터는 가격부담이 높기 때문에 서비스 사업자들은 10Gbps 정도만 처리할 수 있도록 카드를 삽입한 라우터를 구입하고 있다.
하지만 얼마 후에는 320Gbps까지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슬롯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런 속도가 되면 스위치 부분은 최소 640Gbps를 지원하게 될 것이다. 이런 라우터의 한 예가 될 수 있는 제품이 시스코의 12000 시리즈 라우터다. 이 제품은 현재 80Gbps의 전송률을 지원하고 있지만 곧 320Gbps로 확장될 것이다.
◇테라비트 네트워킹은 광대역(브로드밴드)에 대한 목마름에서 기인=가정에서의 브로드밴드(384Kbps 이상) 인터넷 액세스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인스탯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브로드밴드 접속을 이용하는 가정은 2000년 6%에서 2005년에는 32%로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고속 인터넷을 이용하는 가구의 수가 5배로 증가함과 아울러 인터넷 액세스가 가능한 가구의 총비율이 2000년 52%에서 2005년에는 70%로 늘어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 모든 인터넷 이용자들이 백본기술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알기 위해 실제로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전송되고 있는지 대략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1은 일반 소비자의 인터넷 증가율을 보여준다. 여기서는 인터넷에 접속하는 다양한 방법 중 평균 데이터 압축비율(DR)이 적용됐으며 데이터 중 25%만이 온라인에 존재하고 온라인에 존재하는 데이터는 자체 정격 다운로드 기능의 25%를 이용하고 있다고 가정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00년 현재 약 1200만가구가 약 최고 998Gbps의 대역폭을 이용했다. 2005년이 되면 이 최고 대역폭은 6600만가구에 4.6Tbps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표1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의 인터넷 이용은 향후 5년간 4배 이상 증가할 것이다.
브로드밴드 액세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미 고속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 1주일에 평균 22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이는 다이얼업(전화에 의한 인터넷접속) 방식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가정이 소비하는 시간의 2배에 해당한다.
2004년이 되면 미국에서는 약 3400만가구가 브로드밴드 접속을 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시간이 2배에 이르고 다운로드 속도가 약 2000% 증가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면 브로드밴드 사용자는 다이얼업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소비하는 대역폭의 약 40배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엄청나게 증가하는 대역폭의 주 소비처는 스트리밍 미디어가 될 전망이다. 스트리밍 미디어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2000년 불과 1억6570만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2005년에는 거의 14억달러로 많아질 것이다.
빅토리아스시크릿(Victoria’s Secret) 이라는 미국의 한 의류회사는 한 온라인 패션쇼에서 스트리밍 미디어의 유용성에 대해 낮게 평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미디어에 대한 요청이 쇄도해 결국 수백대 서버가 다운되는 경험을 겪기도 했다.
테라비트 네트워킹은 이런 스트리밍 미디어에 의한 시스템 다운을 방지할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브로드밴드 외에도 3기가(G) 시대가 도래하면서 무선전화기의 보편적인 사용 또한 인터넷 환경에 큰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 시장조사기관 캐너스인스탯그룹은 2005년까지 전세계 무선기지 사이에 자그마치 94.5Gbps에 이르는 트래픽이 전송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선인프라는 2009년에 테라비트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가지 명심해야 할 사항은 이 정보 중의 일부는 음성 트래픽이며 현재로서는 어느 정도의 정보가 무선인프라를 벗어나 공중전화교환망(PSTN)이나 인터넷으로 흘러들어 갈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테라비트 네트워킹 장비의 미래=테라비트 네트워킹의 성장 덕택에 최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비는 단연 테라비트 라우터다. 캐너스인스탯그룹은 이 라우터로 인한 매출이 2000년 35억달러에서 2004년에는 186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테라비트 라우터의 평균판매가(ASP)가 꾸준히 안정세를 유지하고 연 평균성장률(CAGR)은 전망기간중 5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많은 반도체 및 광부품 제조업체들이 이 시장에 진출하기를 바라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고밀도파장분할다중화(DWDM) 박스 수요가 2000년 80억달러 이하에서 2005년에는 20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DWDM 메트로 액세스로 인한 매출이 10억달러에서 77억달러로 폭발적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점이다.
테라비트 네트워킹의 성장으로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전망되는 또 하나의 분야는 통신장비에서 사용되는 MEMS(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기기 시장이다. 이 소형장치는 165.1%라는 경이적 연평균성장률을 기록하면서 2000년 2500만달러에서 2005년에는 33억달러로 급성장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시장=지난 4년간 집적회로(IC)가 사용되는 방식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97년만 해도 전체 IC 중 50%가 컴퓨터에 사용됐고 통신분야에서 사용되는 IC는 단 17.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5년이 되면 컴퓨터에 사용되는 비율은 41.3%로 낮아지고 통신장비시장에서 소모되는 반도체는 최대 25%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반도체시장 또한 2005년이 되면 296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99에서 2000년까지 달성했던 37%의 고성장률은 앞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연평균성장률은 14.5%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요약=통신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99∼2000년은 끝났지만 테라비트 네트워킹에 대한 수요는 이제야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미래의 인터넷은 테라비트 코어를 갖추게 될 것이다.
닷컴의 시대는 종말을 맞았지만 이 기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쳐 얻어진 교훈은 구경제 업체들을 위한 훌륭한 교본이 되고 있다. 웹기반의 고객관계관리(CRM) 솔루션 시장은 계속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자사의 웹사이트를 이용해 제품을 판촉하고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더욱 많아질 것이며 이런 추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의학계 또한 이런 기술의 활용을 통해 의료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년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텔레메디신(tele-medicine)의 경우 관련분야의 전세계 전문가들은 의료 데이터베이스, 웹상의 회의, 대용량 파일전송(엑스선 사진 등)을 통해 자신의 업무능력을 높이고 있다.
의료와 관련해 매년 약 1조달러가 소비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중 3분의 1은 비효율적인 분야에 허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인터넷이나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s) 같은 모바일기기의 사용이 이런 손실의 반만 보전할 수 있어도 한해 약 1500달러의 비용이 절약될 수 있다.
현재 자신이 관련하고 있는 개인분야에 관계없이 산업을 전체적으로 관망해 볼 때 테라비트 네트워킹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은 해결돼야 한다. 이것은 관심이 필요한 틈새시장 문제가 아니다.
현재 우리는 전송 데이터의 크기 및 데이터 사용방식이 전세계적으로 혁명적인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테라비트라는 동맥에 데이터라는 혈액을 제대로 순환시키지 못한다면 지구는 언제 심장발작을 일으킬지도 모른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