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침묵하는 협회

 협회는 이익단체다. 철저히 회원 또는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활동한다. 회비를 내면서 협회에 가입하는 것은 튼튼하든 그렇지 못하든 간에 ‘보호막’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의 핫 이슈는 하이닉스반도체 사태다. 하이닉스는 채권단의 이해관계 불일치는 물론 미국과 유럽업계의 반발로 인해 추가 지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증대되는 외국의 통상 압력은 지원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채권단의 지원에도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부도 통상 압력을 의식해 한발 물러서 있다.

 이에 하이닉스 노조와 한국노총 등은 잇따라 호소문·성명 등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채권단의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목소리를 높여야 할 곳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바로 한국반도체산업협회다. 회원사가 옴짝달싹 못하는 지경에 빠졌는데 협회에선 이렇다할 반응이 없다.

 “통상 문제는 정부대 정부 차원의 일로 우리가 뭐라 말할 입장도 시점도 아니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도 의문시됩니다.”

 서정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의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현지 변호사를 통해 유럽반도체협회측과 정보를 주고받고 있으며 하이닉스 문제 해결 방안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성명서 채택 등과 같은 가시적인 것보다 실질적으로 하이닉스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리 그릇된 접근방식은 아니다. 하이닉스문제가 성명서를 발표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냉철한 접근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도체협회가 한가지 잊고 있는 게 있다. 협회 본연의 기능이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성명서 발표는 회원사로 하여금 ‘협회가 우리 산업을 위해 뭔가 애를 쓰고 있구나’는 생각이 들도록 한다.

 그런데 이를 잘 알만한 협회가 침묵하고 있다.

 업계 한쪽에선 이러한 협회의 침묵이 협회장을 맡은 삼성전자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공개적으로 하이닉스 지원을 촉구하면 삼성전자에 부담을 줄 수 있어 이를 꺼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다. 물른 억측일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협회가 유럽반도체협회에 비해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유럽반도체협회만 해도 일개 회원사인 독일 인피니온의 입장을 반영해 이번에 제소를 검토중이다.

 “역제소는 아닐지라도, 또 제스처일 뿐이라도 협회에서 하이닉스 문제에 대해 한마디 정도는 말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업계의 한 관계자 말은 새삼 협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생각케 한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