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우리나라는 진정한 인터넷 강국인가. 누구나 한번은 던져보았을 질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변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인터넷에 대한 통계자료만 보면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으로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인터넷 보급률, 초고속 인터넷 접속률, 사용자수, 1인당 사용시간, 저렴한 접속비용, 널리 보급된 무선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으로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훨씬 뒤떨어지며 인터넷 분야야말로 드디어 우리나라가 일본을 앞설 수 있는 분야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는 희열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얼마 전에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과 피라미드 리서치에서 국가별 e비즈니스 준비 정도를 조사한 결과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물론 아시아내의 싱가포르·홍콩·대만보다 뒤처지며 우리보다 뒤떨어진다고 생각했던 일본에 비해서도 훨씬 못한 21위를 차지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조사기관의 순위는 평가기준에 따라서 달라지며 각 항목의 점수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이 자료가 틀렸다고 반박하기보다는 우리나라의 훌륭한 인터넷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국가경쟁력 강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우리가 양적인 발전에만 만족한 나머지 질적인 발전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를 점검해 볼 때다. 인터넷 사용시간이 늘어났다고 좋아하기보다는 이 시간들이 실질적인 생산성 향상보다는 음란물 이용 등으로 늘어난 것은 아닌지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인터넷 인프라를 실제 비즈니스와 연결시켜 줄 수 있는 환경적인 요소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법률적인 규제에 문제점은 없는지, 기존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장애 요소는 없는지, 사회문화적인 장벽은 없는지 등을 잘 따져봐서 중장기적인 개선책 마련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한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 1위를 차지하는 것보다 힘들게 얻은 1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다. 계속 1위를 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뿐만 아니라 유관 산업도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러야 하며 더 나아가서는 금융 시스템 등 국가적인 산업 인프라가 제대로 받쳐주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많은 부분이 취약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부터는 한번 1위를 했다고 해서 샴페인을 터트리고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기보다는 당사자들은 계속 1위를 할 수 있도록 더욱 긴장해서 총력을 집중하고 주위에서는 같이 이들을 도와줄 수 있도록 유관 산업 및 시스템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절실할 것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보안 분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미국·이스라엘과 함께 보안 분야에 있어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는 이야기를 가끔 듣는다. 그러나 사실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지금은 지속적으로 노력할 때이지 수준을 평가받을 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의 기업들은 처음부터 큰 시장을 대상으로 시작해서 상대적으로 쉽게 세계화를 이뤄내는 데 비하여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불리한 환경 아래 싸우고 있다. 지금은 항상 부족하다는 자세로 노력할 때이지 자축할 때는 아닐 것이며 이러한 힘든 상황 아래서 이뤄내는 것이 더 값지고 보람 있는 일이라는 도전적인 자세가 필요한 때다.
세계적인 경기불황이 몰아치는 상황에서 지금은 희망이 필요한 때인데 이러한 논의 자체가 기를 꺾는 일이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내실을 튼튼히 하고 역량을 강화하면서 경쟁력을 갖추는 일만이 언젠가 경기가 좋아질 때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행운을 가져다 주게 마련이며 마지막에 웃는 자가 진정한 승리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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