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e비즈 단체 제 구실해야

 기능과 역할이 엇비슷한 e비즈 관련단체가 난립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e비즈니스 범위가 날로 확대되고 유망산업으로 부상하면서 e비즈 간판만 내걸어 놓고 설립목적에 부합한 활동을 거의 못하는 연합회나 협회가 늘어난다면 e비즈의 발전에 오히려 장애가 될 수 있다. 특히 e비즈 관련단체 난립이 업계에 혼란이나 분열을 가져오고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해 있다면 어떤 형태로든 정비해야 한다.

 현재 국내 e비즈니스 관련 연합회나 협회·조합 등의 단체는 줄잡아 20여개에 달하는데 업계의 필요에 의한 것이기보다는 산업자원부나 정보통신부 및 각종 협회 등 유관단체 주도로 설립된 것이 대부분이다

 개중에는 업계 공동의 이익이나 사업 특성에 따라 설립된 단체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보다는 관주도로 설립하다 보니 한 업체가 많게는 4∼5개의 협회에 가입하는 일이 많아 이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그러나 단체가 자율보다는 관의 주도에 의해 타율로 결성이 되었다 해도 그후 나름대로 e비즈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벌여 당초의 목적에 부합한다면 문제삼을 일이 아니다. 설립 취지에 맞게 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적절한 활동을 전개하고 그런 활동의 결과가 e산업 발전과 관련업계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면 오히려 관련단체의 설립을 권장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설립된 단체들의 설립목적이 업계 친목도모와 대정부 건의창구 및 정보공유, 공동사업 등으로 대동소이한데다 대부분 활동이 미비해 유명무실한 단체로 전락한 게 사실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원사 간의 결속력이 떨어지고 관련단체에 대한 업계의 기대감도 밑바닥이다.

 국내 최대를 자랑하는 e비즈니스기업인연합회의 경우 지난 3월 창립행사를 가진 이후 한차례 세미나를 연 것을 빼면 이렇다 할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전담 사무국도 없어 다른 협회에서 업무를 겸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출범 당시 내걸었던 대정부 창구기능이나 업체 공동사업 발굴 및 기업간 전략적 제휴 유도 등 여러가지 활동을 제대로 수행한다는 게 어렵고 그 결과물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이 단체는 발기인 대회에서 유사·중복단체의 난립에 따른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단체를 구성한다고 밝혔으나 지금 상황으로 보면 단체 난립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주체역할은 기대난망이다.

 올들어 결성된 대부분의 e비즈 관련단체들이 이처럼 실질적인 사업을 펴지 못하다 보니 단체 결성에 업체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입해 봐야 귀찮은 존재고 별로 기대할 것도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정부의 ‘농산물 EC협의회’ 구성 제안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냉담한 편이었다니 관련단체가 유념해야 할 일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정부와 관련업계는 성격이 유사·중복되는 e비즈 단체의 설립은 최대한 억제하는 한편 기존단체에 대해서도 민관 공동으로 통폐합 작업 등 유명무실한 단체의 정비에 나서야 한다.

 그래야 남은 단체가 e비즈 업계의 대표성을 갖고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건의하고 업계 내부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간 전략적 제휴 또는 공동사업 발굴 및 추진 등으로 명실상부한 e비즈산업 발전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