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삼성생명이 1000여명의 인력을 감원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시작된 얘기다. 몇몇 언론에서 그룹 전체가 다시 한번 구조조정 회오리에 휩싸이는 것처럼 보도한데 대해 이미 ‘상시’ 구조조정 체제에 돌입한 지 오래라고 설명하는 그룹 관계자는 “사실 감원만큼 확실한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말로 대신했다. 인력은 개별 고용에 따르는 복리후생비를 비롯한 간접비용을 줄일 수 있어 효과가 크다. 삼성이 감원 외에도 분사를 계속 추진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비용은 크게 인건비와 재료비, 기타 경비로 구성돼 있다. 이중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5% 내외다. 나머지가 소위 소모성자재를 비롯한 관리비 명목이다. 단순 비교만 해도 비용 절감의 가장 큰 효과는 재료비 부분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재료비에 대한 비용절감은 재고나 공정전체에 대한 관리개선을 꾀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다. 즉 일단 싸게 구매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구매행위와 재고관리, 생산까지 생산활동 전반에 걸친 기존 프로세스의 개선이 선행돼야 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IMF 시작 이후 지금까지 기업들은 어떤 체질 변화를 가져왔을까. 끊임없이 거론돼온 구조조정의 초점이 과연 감원이나 경비절감보다 근본적인 생산 및 경영 프로세스 개선에 맞춰져 왔냐는 것이다.
B2B에 대한 기업 인식을 하나의 사례로 빗대봐도 부정적이다. B2B가 절대 만능은 아니지만 단순한 비용절감의 도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업무 전체의 효율적인 프로세스 구축이 골자다. 그러나 공개 e마켓들은 ‘비용절감’을 외쳐야 먹혀드는 실정이다. 또 외부 e마켓이나 자체 전자조달 환경에 기반해 얻어낸 절감 효과, 즉 유휴인력에 대해서는 전략부서로 재배치 등의 재투자보다는 그만큼 잘라내는데 급급해 한다. 상황이 이쯤되니 정작 실무자들이 B2B구축을 반길리 만무하다.
구조조정의 말이 내포하고 있는 심각성과 절박함을 잃어버린 지 오래인 듯하다. 절대 아니라고 하면서도 단순 비용절감이나 감원으로 구조조정의 효과를 보려는 기업들이 있다면 ‘몇 명을 정리할 것인가’ 똑같은 고민에 빠져 있는 5년 후 자사 모습을 그려볼 만하다.
<디지털경제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