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아랍계 미국인 신변 안전 비상

 【본지특약=iBiztoday.com】 베이지역(샌프란시스코만 주변의 실리콘밸리)의 아랍계 미국인들이 뉴욕과 워싱턴 등에 대한 테러공격 후 협박전화에 시달리는 등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팔레스타인계의 한 상점 주인은 보복이 두렵다며 이름 공개를 거부한 채 “한마디로 미국 내 팔레스타인 사회가 공포와 충격에 휩싸였다”며 베이지역 이슬람과 아랍계 미국인의 심상찮은 분위기라고 밝혔다. 이 주인은 자신의 가게를 지나는 일부 미국인중에는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너희 가족 모두를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뉴욕과 워싱턴에 대한 항공기 자폭 테러는 미국의 안보 위협보다는 미국의 인내력을 시험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이번 사태는 상호 신념에 대한 이해력 시험과 같아 이슬람계 미국인들이 기독교계 미국인이나 이스라엘계 미국인들처럼 신의 이름을 걸고 결코 폭력을 지지하지 않다는 점을 일반 미국인들이 얼마나 이해하는 가를 가늠하는 장이라는 지적이다.

 ‘샌프란시스코 회교도회’를 이끌고 있는 술라이만 갈리 회장은 인터뷰 과정에서 이 사원의 주소를 공개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 이미 몇 건의 협박전화가 걸려와 2명의 경찰관이 3층 짜리 이 사원경비를 하고 있다. <사진 참조>

 갈리 회장은 “미국에 거주하는 모든 아랍인과 이슬람인들이 미국에 대한 충성도와는 상관없이 의심을 받고 있으며 이런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진주만 공격과 같은 것이라는 뉴스 진행자의 말에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계 미국인들을 가둔 일본인 격리수용소가 생각났다”며 공포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이 같은 종교적 반감은 이슬람 전통의상을 입고 다니는 이슬람 여인들에게는 특히 심하다. 이 전통의상 때문에서 베이지역에서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같은 모임의 아마툴라 알마르와니는 샌프란시스코 사원에서 열리는 오후 기도회에 참석하는 3명의 이슬람여인 중 한 명이다. 그녀는 긴 회색옷에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목까지 감싸는 이슬람 전통의상 ‘하이잽’을 입고 다닌다.

 아마툴라는 세계무역센터의 지하폭탄테러와 오클라호마 연방건물 폭탄테러 이후 위협이나 모욕에는 어느 정도 익숙해졌지만 이번 사건은 다르다고 봤다. 아마툴라 부부는 이날 오전 테러공격 사실을 들은 뒤 신변안전을 위해 자동차로 출퇴근하기로 했다.

 그녀는 눈에 쉽게 띄기는 하지만 전통의상은 계속 입을 생각이다. 그녀는 자신의 11살 딸도 알라메다의 공립학교에 전통의상을 입고 등교하고 싶어해 평소같이 행동하라는 의미에서 이를 허락했다고 덧붙였다.

 아마툴라와 그녀의 친구들은 그러나 대부분 테러공격 직후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아마툴라는 “뭐라 할 말이 없다”며 “이곳은 나의 나라이며 미국인들은 나와 같은 사람들인데도 이들은 나를 그렇게 보지 않고 테러집단과 한통 속으로 보는 것 같다”며 괴로워했다.

 샌타 클래라의 이슬람계 미국인들도 보복 위협을 느끼면서도 이번 테러공격에 자신들도 큰 충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북캘리포니아의 이슬람관계연구소의 헬알 오메이라 소장은 “테러 공격에 대해 우리는 무엇보다도 희생자들을 애도한다”며 “이슬람계 미국인들은 미 정부의 정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희생자들을 위한 헌혈에 나서기로 한 헬알 소장은 테러공격 소식이 알려진 뒤 그라나다 이슬람 학교를 지나는 차량들 중 경적을 울리거나 욕설을 해대는 운전자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유치원부터 8학년까지 600명의 학생을 가르치는 이 학교는 테러공격 직후 하루 동안 임시 휴교에 들어갔다.

 테러공격이 발생한 지 12시간이 지났지만 이번 사건이 중동이나 아프카니스탄, 다른 지역의 이슬람계들과 연관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날 TV방송에는 이를 암시하는 부분들이 곳곳에 끼여 있었다. 세계무역센터 공격 장면이 재방송되는 가운데 팔레스타인들의 환호하는 모습 등이 동시에 방영됐다.

 지난해 유대인과 아랍계 대립이 학내 시위의 최대 현안이 됐던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에서는 친 팔레스타인 학생들을 겨냥한 적대행위까지 일어나고 있다.

 유대계와 이슬람계 학생들은 그러나 이 같은 학내 갈등 심화를 막기 위해 희생자에 대한 애도와 함께 이번 사건을 비난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제이슨임기자 jaso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