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러 대참사>美 IT업체 국내지사 움직임

◆사상 최악의 테러사건과 관련해 미국 IT업체들의 국내지사들은 본사 피해상황과 국내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며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특히 미국 출장중인 자사 직원들의 안전보장에도 최선을 다함과 동시에 이번 사태의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드웨어-신제품 출시 앞두고 사태 예의주시

 한국IBM은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면서 이로 인한 국내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없는지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항공편 결항으로 인한 제품공급 지연에 대해서도 고객들을 설득하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한국HP의 경우 중대형 제품군을 대부분 미국에서 들여오고 있기 때문에 사태 장기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미국이 계속해서 물류부문을 통제할 가능성은 적지만 장기화 가능성이 없지 않기에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EMC는 국내 제품 수급의 경우 모두 아일랜드 공장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인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컴팩코리아 강성욱 사장은 사고후 전 직원에게 미국 출장 및 여행을 연기할 것을 요구하는 메일을 보내며 발빠른 대응을 보이고 있다. 컴팩코리아는 PC제품군의 경우 주로 싱가포르에서 들여오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서버군은 미국을 통한 것이 많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를 대비해 다각도로 대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이번 사태로 인해 오는 11월로 예정된 하이엔드급 서버 신제품의 출시 지연 여부에 대한 확인에 들어갔다. 현재 한국썬은 미국 본사로부터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며 본사는 사태 장기화 가능성때문에 아직 결정을 못내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소프트웨어-국내 미칠 장·단기 파장 `저울질`

 국내 진출한 외국계 소프트웨어(SW) 회사들도 미국 테러사건에 따른 본사측 대응지침을 알리는 한편, 국내에 미칠 장단기적인 파장을 저울질하며 대책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본사 지침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본사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일부 회사는 본사 지침에 따라 출장계획을 전면 취소하거나 당초 세미나 일정을 연기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특히 제품 납기와 관련, 항공수송이 조만간 정상화돼 별다른 차질은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테러 파장이 장기전으로 갈 경우에는 제품공급에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고 다양한 방안을 강구중이다.

 한국오라클은 피해상황을 조사한 결과, 오라클 직원 중 8명이 실종했거나 사망한 것으로 파악돼 침울한 분위기다. 오라클측에서는 우선 ‘가능한 출장은 자제하라’는 지침이 내려진 상태.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이달 18일, 19일 양일간 개최 예정이던 ‘iDevelop 2001’ 행사를 10월 중순으로 연기했다. 또 테러 파장 장기화에 대비해 현재 각 프로젝트별 현황파악에 나서고 있다.

 SAS코리아는 오는 24일로 예정된 본사 사장 방한이 테러 사태와 관련없이 원래 일정대로 추진된다고 밝혔다. 다만 내년 사업계획 수립과 관련해 본사지침이 늦어지고 있어 국내 사업계획 수립에도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내년을 기점으로 원화당 환율 가격을 정하려던 SAS코리아는 이번 사태가 국내 경기침체로까지 이어질 경우 가격정책 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통신사업-해외사업 공격적 행보에 `제동`

 외국계 통신사업자들도 앞으로의 사태추이를 지켜보며 대응책 마련에 본격 나섰다. 특히 최근 한국의 데이터 트래픽 규모가 급증하고 국제회선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한국시장에 대한 공략을 서두르던 이들 외국계 통신사업자의 행보에 다소 제동이 걸릴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현재 한국시장에 발을 들여놓은 외국계 통신사업자 대부분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고 뉴욕증시와 나스닥을 투자금 확보의 최대 통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한국내 사업진행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 이미 한국에서 국제회선임대사업권을 획득한 레벨3나 사업권 획득이 예상되는 글로벌크로싱도 이전의 공격적인 시장대응 패턴에 적지 않은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전과 같은 파격적인 요금정책으로 한국내 시장공략에 나서기에는 그만큼 운신의 폭이 작아질 것이라는 예상인 것이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반도체-i845칩세트 당분간 품귀 빚을듯

 북미지역에 본사 및 공장을 두고 있는 외국 반도체업체들이 테러사태 여파로 제품공급에 차질을 빚어 일부 부품이 달릴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인텔코리아·AMD코리아·TI코리아 등 미국계 반도체업체들은 전 미주지역과 연결되는 항공편이 이틀째 결항이 되면서 제품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이들 업체는 대부분 일주일에 1, 2회 정도 항공편을 통해 국내에 물건을 들여오고 대리점을 통해 유통하기 때문에 일주일 이상 재고를 갖고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수급차질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상당수 타격이 예상된다.

 인텔의 경우 지난 11일 펜티엄4용 SD램용 칩세트 i845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수요진작에 나설 예정이었으나 일부 PC업체에 공급한 물량 외에 마더보드업체 및 유통상에는 아직까지 제대로 공급하지 못한 상황이다. i845칩세트는 미국 인텔 본사에서 생산돼 대만 마더보드업체를 통해 국내에 들어왔으나 이번 사태로 당분간 품귀현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이와 호환이 가능한 주력모델 1.5㎓ 및 1.7㎓ 478핀 펜티엄4도 앞으로 상당수 물량이 달릴 것이라는 게 유통업체들의 전망이다.

 AMD는 주력제품인 애슬론 1.2㎓를 독일 브레스덴에서 생산하기 때문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일반소비자용으로 판매하는 박스제품은 미국 오스틴공장에서 수급하고 있다. 이때문에 AMD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CPU 공급 제품이 달릴 것으로 보고 있다.

 텍사스주 달라스에 본사를 둔 TI는 범용 DSP의 경우 상당수 재고를 갖고 있으나 W-CDMA용 등 국내 이동전화단말기업체들에 공급하기로 한 일부품목에서 공급차질이 예상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네트워크-시스코 직원들 하와이에 발묶여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엔터라시스네트웍스, 한국3COM 등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네트워크업체의 한국법인들도 테러사태 이후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표정이다.

 미국에서의 테러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체는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시스코코리아는 일년에 한번씩 하와이에서 열리는 시스코 전체 영업회의에 참석했다가 전체 직원 중 절반 가량이 현재까지 귀국하지 못하고 현지에 발이 묶여 있는 상태다.

 엔터라시스 네트웍스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본사로부터 전달된 지시에 따라 12일 하루동안 한국법인 사무실을 닫기도 했다. 엔터라시스 안종석이사는 "본사가 로체스터에 위치해 이번 테러와 관련해서 직접적인 인명, 물적 피해를 입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나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휴무를 단행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3COM은 사건 직후부터 수시로 사내 메일을 통해 해외 각국의 법인을 다독이고 있다. 브루스 클래플린 3COM CEO는 13일 사내메일을 통해 전사 직원에게 "상황이 안정되기 전까지 본사에서 계획된 모든 이벤트를 순연하고 해외 방문 스케줄을 취소한다"며 "경기 불황이 가속화될 전망이니 비용 절감을 위해 전직원이 힘써 달라"고 지시했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